‘이케이도 준(池井戸 潤)’의 ‘끝없는 바닥(果つる底なき)’은 저자의 시작을 보여주는 소설이다.

표지

보다 보면 때때로 이상하거나 어색한 것을 느낄지도 모르겠다. 뜬금없이 비디오테이프라든가, 자동응답기, 은행 전표 같은 이젠 구시대의 산물이 됐거나 거의 그렇게 된 것들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주요 연도부터가 거의 30여 년 전인 1996년이다.

이 소설이 무려 1998년 출간작이라서 그렇다. 그사이 워낙에 크게 바뀐 것들이 많다 보니 별것 아닌 것들에서 어쩔 수 없는 시대차를 느끼게 된다.

그런데도 전혀 구식 같거나 하지 않고 이야기가 굉장히 흡입력 있다.

먼저, 일반인들에겐 그렇게 익숙하지 않은 존재인 은행원, 그중에서도 융자 담당으로 일하는 인물을 주인공으로 은행의 겉과 속을 보여주는 일종의 기업 소설 같은 면모만으로도 흥미롭다. 저자는 은행원들의 모습이라든가 은행 업무, 그로 인한 문제 같은 것들을 꽤나 상세히 잘 묘사했다. 덕분에 이야기가 굉장히 사실적이고 그것 자체만으로도 볼만한 게 됐다. 실로 전직 은행원으로서의 경험을 잘 살린 셈이다.

느닷없는 죽음으로부터 시발 되는 사건을 쫓아가는 미스터리적인 요소도 꽤 볼만하다. 지금은 많이 알려지고 여러 픽션에서 사용하기도 해서 다소 뻔하게 느껴지지만 알레르기를 이용한다는 점도 나쁘진 않고, 여러 인간이 얽히며 만들어지는 이야기를 하나씩 찾아가는 한편 새로운 문제가 드러나며 상황이 바뀌는 식으로 흥미를 떨어뜨리지 않게 전개도 잘했다.

무엇보다 이런 요소들이 서로 잘 맞물려있다. 가히 ‘은행 미스터리’라고 불러도 좋을 만큼 어느 하나가 특별히 튀지 않고 자연스럽게 엮여 있어서 거슬림 없이 계속 재미있게 보게 만든다.

이 리뷰는 북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