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러 방송국: 초콜릿 살인 사건’은 생각보다 흥미로운 호러 동화다.

표지

방송이라는 컨셉으로 만들어져 독특한 분위기를 풍기는 이 소설은, 한 예술학교의 신축 다목적홀 지하 음악실에서 일어난 끔찍한 사건을 마치 뉴스처럼 추적하며 보도하는 일종의 추리물에 가까워 보인다.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호러 방송국 HBS의 멤버들이 사건 보도를 시작하면서, 단 열세번의 보도만으로 어떤 사건이든 범인은 물론 동기까지 모두 밝혀낸다며 자신들을 최고의 탐정팀이라고 일컫는데다, 사건 발견에서부터 주변상황, 관련 인물들이나 그들의 발언 등을 전달하며 일종의 형사 드라마를 생각나게 할만한 수사를 보여주어서 더 그렇다.

그러나, HBS의 멤버들은 전혀 정의를 위해 고군분투하는 공인이나 자경단 같은 것도 아니고 심지어는 사람같은 존재이지조차 않다. 이것은 이들이 속한 방송국의 이름과 더불어 이 이야기가 단순히 살인사건을 쫒는 추리물이 아니라 엄연히 호러물이기도 하다는 것을 계속 상기시키시키며, 이들이 어떻게 그렇게 뛰어난 수사력과 추리력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해서도 어림 짐작해보게 한다.

솔직히 추리물로서의 완성도는 그렇게 좋지 않다. 아이디어 자체는 재미있게 봐줄만 하지만, 중요한 부분에 무리가 있는 트릭은 실제로 행해지기엔 이상할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추리물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진실과 반전이 드러나는 순간의 희열같은 것은 생각보다 옅은 편이다.

그런데도 그게 그렇게 부정적이지만은 않은 것은, 이 소설은 겉모습이야 어찌되었든 결국은 호러물, 그것도 꽤나 오컬트 스러운 부류의 호러물이기 때문이다. 그게 이런 논리적인 허점과 어설픔을 적당히 뭉개준다.

추리물로서의 완성도도 있었다면 더 좋았겠지만, 이것도 썩 나쁘지 않다.

이 리뷰는 북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