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와카미 미에코(川上 未映子)’의 ‘헤븐(ヘヴン; Heaven)’은 학원폭력 문제를 그린 소설이다.

표지

2009년 8월에 처음 공개된 이 소설은, 솔직히 말하자면 현대 대부분의 한국인들에겐 그리 공감받지 못할 소설이다.

그 첫번째 이유는, 일본 특유의 기묘한 정서가 담겨있기 때문이다.1

일본 컨텐츠는, 열혈이 넘쳐나는 소년만화에서는 좀 드물기도 하고, 순정만화라고도 하는 소녀만화 역시 대체로 대중적이라 할만한 연애를 그리기 때문에 그렇게까지는 잘 드러나지 않지만, 가족 드라마나 인간 드라마라 할 부류에서는 꽤 잦게 ‘어?’하는 괴리를 느낄 때가 있다. 왜냐하면, 거기까지의 과정들이 그런 생각과 감정으로 결론맺게 되는데 필요한 가장 중요한 감정적 정체성, 말하자면 일본적 감수성을 한국인은 갖고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 소설은 꽤나 그런 일본적 감수성을 진하게 담아낸 것이다. 주인공도 그렇지만, 주인공의 이해자처럼 등장하는 ‘고지마’는 특히 그렇다. 이들의 발상이나 행동은 좀처럼 이해하기 어렵다.

물론, 폭력 피해자의 압박감이나 그로인해 뒤틀린 사고는, 설사 그와 똑같은 폭력을 경험한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100% 온전히 이해한다거나 심지어 알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그렇다는 걸 감안하더라도 너무 상식에서 벗어나있기 때문에 왜 그런 말과 행동을 하는 것인지 쫌 따라가기 어렵다.

이것은 이 소설이 다분히 90년대 후반의 세기말적 감성을 담고 있어서 그렇기도 하다. 저자는 분명 그 시기를 거쳐왔고, 그때에 많은 정신적, 정서적 영향을 받았을 것이다. 그것을 때론 거의 직접적으로 뱉어낸 듯한 문장으로 써내기도 했기에 그에서 벗어난 지금에 와 보는 그러한 소설은 일상과 사회, 더 나아가서는 세계에서도 벗어나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냉정하게 말하자면 썩 좋은 소설이라고 하긴 어렵다. 이런식의 감성과 경험은, 일본적인 감수성을 갖고 그러했던 시기를 겪었던 사람들이나 공감할 수 있을법한, 지엽적인 것이기 때문이다.

이게 주인공의 정신상태나, 잘못된 길로 들어선 자의 인도에 휩쓸리며 겪게되는 혼란, 그리고 그에서 벗어난 후 맞게되는 ‘일반적인 일상’이란 것의 감사함을 강조하기도 하나, 그것 역시 지나치게 극적이라 좀 비현실적으로 느껴진다.

이야기가 이렇다보니, 몇몇 문답을 통해 담고있는 윤리와 선악에 대한 문제같은 다소 철학적인 부분들도 좀 묻히는 감이 있다.

뭐, 어쩌랴. 내가 한국 사람인 것을.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1. 일본 청춘물을 좀 본 사람이라면, 당시에 나왔던 비슷한 청춘물도 자연스럽게 떠올릴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