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보고 싶었어’는 친구가 보고 싶어 떠난 여행에서의 기억을 담은 여행 에세이다.

표지

무려 59일간이나 유럽을 여행한 기록이라고 하니 뭔가 대단한 이유나 사연이 있을 것 같지만, 의외로 별 거 아닌 것에서 시작한다. ‘나도 한번 해외 유학’이라거나 ‘영어는 영어를 쓰는 나라에서’ 같은 이유였기 때문이다.

그렇게 떠난 곳에서 1년여를 살면서 생각보다 값진 것을 얻었는데, 그건 단지 유학경험이나 영어 능력 등이 아닌 친구다. 한국에 돌아오고 수년이 지난 후에도 여전히 생각나는 그 친구들을 더는 뒤로 미뤄둘 수 없어서 만나러 가면서 이 책이 시작된다.

시작에서 알 수 있듯, 나름 ‘여행 에세이’지만 이 책이 추구하는 것은 전혀 그 나라의 멋진 모습이나 맛있는 음식, 또는 우리와는 다른 독특한 문화 같은 것이 아니다. 그보다는 저자가 여행을 떠나 만난 사람(때로는 동물)이 중심에 있다.

그러다보니 무려 59일이나 유럽을 돌아다녔다는 것 치고는 꽤 내용이 적다. 거기에서의 경험 중 특히 기억에 남는, 친구와의 만남을 위주로 책을 적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책은 어느 정도는 일기 같은 성격도 띈다.

또한 다시 만나 좋았던 친구들에게 바치는 일종의 헌정 같은 것이기도 한데, 그런 마음이 책 곳곳에 묻어있어서 보면 괜히 미소짓게 된다.

각각의 경험들은 장황하지 않고 짧고 굵게 적었으며 거기에 적당한 장면을 글 하나에 그림 하나 정도로 실었는데, 그게 이 책을 좀 더 가볍고 그림책 보듯이 볼 수 있게 해준다. 글의 분위기가 전체적으로 발랄해서 더 그렇다.

중요한 것들만을 간추린 저자의 글솜씨도 나쁘지 않으며, 단순해 보이면서도 제대로 상황이나 감정 등을 묘사한 일러스트 역시 매력적이다. 표현이 코믹해서 그 자체로도 보는 맛이 있다.

현대에는 사실 친구라는 게 좀 흐려진게 사실이다. ‘친구’가 무엇인지 자체가 바뀌거나 한 것은 아니지만, 사실 점차 그 말이 갖는 무거움이나 실제 관계는 좀 옅어졌다는 말이다. ‘이웃 사촌’이라고 하던 이웃이 이제는 그저 내 집 옆에 사는 사람으로 바뀐 것처럼 변해가는 것 같달까. 그래서 더욱 문득 친구가 사뭇 그리워질 때도 있는데, 이 책도 보고나면 그런 여운을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