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간호사’는 실제로 7년차 간호사 생활을 하고있는 저자가 SNS에 연재하던 일상 만화를 단행복으로 엮은 책이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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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사는 묘한 위치에 있는 직업이다. 병원 등에서 흔하게 볼 수 있지만, 그들이 정확히 뭘 하고 또 뭘 할 수 있는지는 대다수가 모르기 때문이다. 지인중에 간호사가 있을 경우 뜬금없는 질문들이 행해지는 건 그 때문이다.

거기엔 간호사와 간호조무사가 거의 구분되지 않는 다는 것도 한 몫 한다. 실제로 우리가 보는 간호직은 대부분이 간호조무사일 것이다. 작은 병원에서 진료는 대게 의사가 하므로, 추가로 필요한 건 주로 병원 행정이나 사무 보조를 위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복장 등에 규율이 있어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명칭도 헛갈리게 지어놔서, 은연중에 간호조무사에 대한 경험이 간호사에 대한 인식으로 연결되곤 한다. 안그래도 잘 아는게 없는 간호사에 대해 더 잘못 알게되는 이유다.

그런 점에서 실제 해당 직업의 종사자가 자신의 경험을 녹여낸 이야기를 보는 것은 꽤 의미있다. 그렇다고 엄청 깊게 다루는 것은 아니긴 하지만, 간호사란 어떤 사람들이고 무엇을 하는지, 또 그들의 일상은 어떻게 흘러가는지 조금은 엿볼 수 있게 해준다.

때로는 간호사라는게 얼마나 힘겨운 직종인지를 드러내기도 했는데, 전체적으로 가벼운 일상툰의 작법을 따르고 있는데다, 귀여운 그림으로 짧막하고 유쾌하게 그려냈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부담없이 재미있게 볼 수 있는 편이다.

그건 환자와의 일화나 ‘태움’같은 비교적 무거운 얘기들도 마찬가지다. 아예 배제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슬쩍 언급하는 수준에서만 그쳐 끝까지 간호사의 일상을 담담하게 그려내는 것에만 초점을 맞춘다. 그래서 문제를 너무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가볍게 넘어가는 것 같기도 하고, 그게 뭔가 빈 곳을 느끼게도 해 아쉽기도 하다. 하지만 그걸 진지하게 다뤘다면 오히려 튀었을 것 같기도 하고, 이렇게 했기에 전체적으로 가볍게 볼 수 있는 책이 되었다는 걸 생각하면, 단점이라기보다는 가벼운 일상툰이라는 컨셉을 끝까지 잘 지킨 것이라고 보는게 맞을 것 같다.

그래도, 연장근무나 긴급근무 같은 이야기들은 간호사를 꿈꾸는 사람들에겐 더 묵직하게 다가올 것 같기도 하다. 그것 때문에 생활의 일부를 포기해야 할 일도 생길 것이기 때문이다. 오래 지속한 직업으로 생각한다면 미리 고민해보면 좋을 것 같다.

이건 또한 간호사의 절대적인 수가 부족하다는 한국의 의료 현실을 잘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환자 수에 비해 간호사 수가 부족하다는 얘기는 꾸준히 나오고 있는데, 그게 해결되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사람이 적으면 개인이 맡아야 할 업무강도는 높아질 수밖에 없고, 그러면 사람들이 기피하게 되며, 그게 다시 사람이 모자라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그래서 간호조무사를 의료인으로 격상시키려는 꼼수를 부리려고까지 하나본데, 제대로 문제 해결을 못하고 행정으로 단지 구색만 맞추려고 하는 꼴을 보니 참 안타깝다.

책을 보면서 한편으로 놀랐던 것은, 그렇게 힘들고 바쁜 와중에도 할건(?) 다 한다는 거다. 더 여유로운 환경에서도 못하는 사람도 많은데, 참 대단하다고 해야할지. 사람살이는, 환경이나 조건같은 것이 어찌되든 결국엔 크게 다를 거 없구나 싶기도 했다.

대게 사람은 직업적으로 만나는 사람을 그 일의 한 파편처럼 생각하는 일이 많다. 사람도 업무의 일종으로 보는 것이다. 그러다보면 상대도 사람이라는 걸 잠시 잊기도 한다. 일상물은 그런 속에 담긴 인간적인 모습들을 통해, 그것도 사람이 하는 일이고, 그들도 사람이라는 걸 환기 시켜준다. 이 책도 그렇다. 생각보다 짧은 건 많이 아쉽긴 하나, 한번쯤 가벼운 마음으로 보기 좋다.

  1. 블로그페이스북에 ‘안녕 병원’이란 제목으로 공개를 했었는데, 지금은 책을 출판하면서 일부를 제외하곤 모두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