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실시 일상신비 사건집’은 컨셉을 잘 살린 코지 미스터리 단편집이다.

표지

‘허실시’라는 것은,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가상의 도시다. ‘허실’이란 지명 자체는 실제로도 있기에 헷갈릴 수도 있지만, 소설에 등장하는 것 같은 그런 도시는 실제로는 없는 거다. 그런데도, 소설을 보는 순간만큼은 허실시의 존재감과 사실감이 확실하다. 현실과 허구의 경계에 있는 흐릿하면서도 뚜렷한 배경을 만들고, 그곳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담는다는 설정을 꽤나 잘 한 셈이다.

당연히, 그렇게 느끼게 하는 건 기본적인 설정이 아닌, 이야기 때문이기도 하다. 각각의 이야기는 전혀 다르면서도 꽤나 일관되게 이 도시를 구체화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이렇게까지 이야기가 살 수 있었던 것은, 모든 수록작들을 관통하는 배경과 인물 설정이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만약 그것이 없었다면 이야기는 자칫 그냥 그런 것으로 여겨질 수도 있었을텐데, 그게 다른 이야기들과도 관계를 갖게 됨으로써 단편적이지 않은 이야기처럼 여겨지게 만들었다.

이것이 단편집, 그것도 특정 주제로 완전히 다른 이야기를 각기 다른 작가들이 써낸 일종의 엔솔로지라는 것을 생각하면, 이런 특징은 더욱 놀랍게 느껴진다. 왜냐하면, 결코 작가들에게 연작의 느낌을 살리라면서, 순서대로 작품을 쓰고, 이전 작들을 참고해서 쓰라고 요구할 수는 없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어느정도는 동시에 쓰여졌을 가능성이 훨씬 높다는 얘기다.

그런데도 각각의 이야기가 완전히 동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세계관과 인물을 공유하도록 짜여진 것은, 그만큼 기획에 신경썼다는 것으로 보여 새삼 감탄하게 된다.

물론, 개별 작품의 재미도 상당하다. 어쩌면 일상에서 맞딱뜨릴 수도 있을만한 코지 미스터리를 표방하면서도, 너무 가볍지만은 않게 정통 미스터리의 기본들을 잘 사용하고 있어서 이야기는 물론 그것이 짜맞추어지는 것을 보는 재미도 꽤 나쁘지 않다.

기담괴설엔 또 어떤 이야기를 담았을지, 사뭇 궁금한데?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