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빌리의 노래(Hillbilly Elegy)’는 화이트 트래시(White trash)라고도 하는 힐빌리(Hillbillies) 출신으로 거친 유년시절을 보내다 결국 예일대학교 로스쿨을 졸업해 성공한 J.D. 밴스와 그의 가족사를 담은 일종의 자서전이자 회고록이다.

표지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쓴 것이라 주로 잭슨과 미들타운의 이웃들, 즉, 미국 노동자들 모습을 담고 있는데 이게 얼핏 ‘백인…?’하며 의문부호가 떠오를 정도로 막장이다. 대부분 흑인 슬럼가에 대해 가졌던 인상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의 최하층이라 할 수 있는 육체 노동자들의 삶과 문화는 소위 말하는 백인 엘리트와는 거리가 멀다. 오히려 흑인들의 것과 비슷하다. 백인과 흑인은 크게 동떨어져 있는 줄 알았는데 아니라는 걸 알고 나니 새삼 놀랍다. 흑인 문제가 인종 때문이 아닌 생활로 인한 것임을 짐작게 한다.

밴스는 어렸을 때는 주로 가족의 얘기를 한다. 여기서 가족 얘기란, 주로 막장스러운 가족의 변화를 말하는 것이다. 그중에서도 특히 엄마다.

엄마란 존재는 아이에겐 아주 중요한 것이다. 아이가 정신적, 물질적으로 부족할 때 그걸 보완해주고 보호해주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특히 아빠가 없다면 더욱 그렇다. 그러나 밴스의 어머니는 그렇지 않다. 오히려 약물 중독에 빠져 자식들의 고뇌 거리가 될 뿐이다.

그러면서도 꿋꿋이 어떻게든 잘 살아갔던 걸 보면 오히려 신기하다. 그 정도면 어딘가 망가져 죽기 마련 아니던가. 그런 가정환경 속에서도 큰 일탈 없이 잘 성장한 두 남매도 대견하다.

거기엔 사실상 엄마와 아빠의 역할을 했던 할모와 할보의 역할이 컸다. 강하기 이 둘은 누구보다 가족을 생각하고 깊게 사랑하는 사람들이다. 나올 때마다 거칠기 그지없지만, 늘 사랑이 엿보였다. 결국, 남매가 모두 성공했다 할만한 삶을 살 수 있었던 것은 모두 그런 할머니 할아버지의 공이 아닌가 싶다.

이 책은 기본적으로는 밴스가 자신이 생각하는 과거를 성장 순서대로 적은 회고록의 형태를 띠고 있다. 그 와중에 깨닫고 바뀌는 모습을 보여 성장기의 면모도 보여주며, 주변 사람들과 밴스 자신의 생각을 통해 당시 있었던 사회 문제와 그 원인에 대해서 따져보기도 한다. 그래서 사회소설의 성격도 띤다.

미국이라 그런지 마약이나 총 같은 게 매번 등장해서 그렇게 현실감이 느껴지지는 않지만, 저소득층에 대한 이야기라던가 생활과 정책에 대한 불만으로 지지하던 당을 버리고 공화당에 표를 던진 이야기 같은 것은 한국의 서민 생활과도 유사한 측면이 있어 꽤 공감이 가기도 했다.

밴스의 이야기는 크게 총 15개로 나뉘어 있는데, 각각에서 들려주는 가족사가 하나같이 지루하지 않고 재미있다. 말하자면, 영상화를 해도 꽤나 볼만하겠다 싶달까.1

문체도 부드럽게 읽어 내려가기 좋으며, 미국의 가정과 문화, 정치에 대한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것도 좋은데, 그러면서도 재미를 잃지 않는다는 게 무엇보다 좋았다.

추천사에 부담 갖지 말고 가볍게 시작해도 좋을 만족스러운 책이다.

이 리뷰는 YES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1. 실제로 ‘론 하워드’에 의한 영화화가 결정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