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스미 마사유키(久住 昌之)’의 ‘일단 한잔, 안주는 이걸로 하시죠(ひとり飲み飯 肴かな)’는 다양한 음식과 술을 기분에 따라 적어낸 에세이다.

표지

나는 이 책에 상당히 기대를 했었는데, 그건 저자가 그 ‘고독한 미식가’의 작가이기 때문이다.

그가 만화를 통해 보여준 다양한 미식 기행들은 경험이 녹아있는 듯한 맛 표현이 꽤 좋고, 짤을 만들어낼 만큼 인상적인 장면들도 있어 나름 보는 맛도 있었다.

만화를 원작으로 한 TV드라마도 소소해 보이지만 끌리는 맛이 있었는데, 각 에피소드가 끝나고 나면 보너스처럼 나오는 장면도 눈에 뗬다. 보너스 영상에서는 작가가 직접 등장해 작품에 나왔던 가게에 실제로 가서 먹으면서 감상 등을 얘기하는데, 그가 말하는 것이나 표정 등을 보면서 거 참 음식을 맛있게 즐기는 사람이라는 생각도 많이 했다.

그랬기에 이 책에도 기대를 한거다.

특정한 기대를 하고 본 걸로 치면, 어느 정도는 충족이 된 셈이다. 이 책에서도 다양한, 그것도 쉽게 접할 수 있을만한, 음식들을 소개하며 그것의 맛이나 매력 등을 꽤나 잘 풀어낸다. 때로는 시험적인 시도를 하기도 하고, 그 결과로 ‘이렇게는 먹지 않는게..’라는 다소 힘빠지는 결론을 내리기도 한다만 그런 것들도 그리 나쁘지는 않았다.

다만, 말하는 방식은 좀 별로였다. 마치 혼자서 만담이라도 하듯 얘기하다가 딴죽을 걸다가 하는데, 이걸 괄호가 열렸다 닫혔다 하는 글로 보자니 영 익살스럽게 장난치는 듯한 느낌이 제대로 살지도 않고 그저 번잡해 보이기만 했기 때문이다.

저자의 말을 거의 살리려고 해서인지 일본어에서만 있는 반말 존댓말 끊기 등이 섞인 문장들도 거의 그대로 번역한 느낌인데, 이것도 한국어와는 어울리지 않아서 좀 장난하는 것 같기도 했다.

책의 반 이상을 차지하는 1부가 거의 그런 식인데, 확실이 이 쪽은 개인 취향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듯하다.

경험담을 담은 2부와 저자 자신의 생각을 풀어낸 3부는 1부와는 그 분위기가 전혀 달라서 마치 꽤 긴 공백을 두고 글을 쓴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게한다. 1부의 그 까불거리는 점과 대비되어 더욱 진지하고 묵직한 에세이처럼 보이는데, 개인적으로는 이 쪽이 더 취향에 맞았다.

커피로 마무리하며 조금은 들떴던 마음을 가라않힌다던가 하는 이야기도 좋았고, 마지막 한 끼는 무엇으로 하고 싶으냐 하는 것처럼 나 자신과 연결해 생각해볼만한 것도 있어서 마음에 들었다.

이 리뷰는 리뷰어스 클럽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