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라다 히카(原田 ひ香)’의 ‘76세 기리코의 범죄일기(一橋桐子(76)の犯罪日記)’는 범죄를 저지르려고 하는 한 할머니의 이야기를 그린 소설이다.

표지

짧막한 소개 내용으로만 보면, 마치 일종의 범죄물인 것 같다. 사건을 해결하는 쪽이 아니라 문제를 일으키는 쪽으로 말이다.

범죄자를 주인공으로 한 대부분의 이야기들이 그렇기는 하다만, 나이 지긋한 사람이 늙으막에 범죄를 저지른다는 이야기는 특히 뒷 사정이 있는 경우가 많다. 이 소설의 주인공 ‘기리코’도 그렇다.

그녀는 간병을 도맡았던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하나뿐인 언니와 유산 문제로 사이가 틀어져 혼자가 된 후 그나마 오랜 친구 ‘도모’의 제안을 받아 함께 잘 살았었는데, 그마저도 병환으로 떠나버리고나니 혼자서 여생을 살아나가는 것부터 닥쳐올 노환까지 걱정만이 한아름 남아있었다. 그런차에 교도소 고령 수감자가 꽤나 양호한 생활과 돌봄을 받는다는 뉴스를 보게되자, 그럼 들어가 버리는 게 나은 거 아닐까 하는 마음이 생긴 것이다.

그래서 청소일을 계속해나가며 생활비를 벌어나가는 한편, 그 후로는 어떤 범죄를 저지르면 다른 사람에게 폐를 끼치지 않으면서도 여생을 보낼만큼 교도소에 들어가게 될 수 있을지 진지하게 궁리를 하게 된다.

그녀의 교도소 수감을 위한 범죄계획은 총 6단계를 거치며 진화해간다. 훈방정도로 끝나게되는 소소한 절도에서부터 지폐 위조, 불법 사채, 사기, 유괴를 거쳐 최종적으로는 살인에까지 이르게 되는데(이것이 각기 6개의 챕터로 구성되었다), 막상 그 계획들은 생각지 못했던 뜻밖의 결말을 맞으며 독특한 방식으로 성취를 이루게 해준다.

고령화 사회에서의 문제에 범죄와 그 처벌이라는 현실적인 소재는 이야기에 쉽게 공감하고 빠져들게 한다.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시간이 지나 늙어지게되면 나 역시 고민하게 될만한 것이라는 이입을 이끌어내기 때문이다. 범죄를 계획한다고는 하지만 그렇다고 ‘하이스트 무비’에서처럼 다소 뻑적지근하고 무리한 일을 벌이는 게 아닌,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이야기를 그렸기에 더 그렇다.

그러면서 다른 사람과 새로운 연을 쌓고, 그들의 사연을 듣거나 하면서 에피소드식으로 진행되는 소설은 그 자체로 볼만하면서도 결국 어떤 결말을 맞게될지를 꽤 궁금하게 하는데, 뜻밖의 반전이라 할만한 요소를 넣어 끝까지 흥미를 끌면서도 계속해서 이어왔던 일상적인 이야기라는 것을 끝까지 깨지 않아 완성도 있게 느껴진다.

소설의 주제라 할 수 있는 함께 살아가기에 대해서도 잘 보여준다. 물론 이 부분은 다소 이상적이고 그래서 쫌 현실적이지 않은 일종의 판타지같기도 하지만, 그렇기때문에 더 지향해야 할 올바른 방향이라는 것을 느끼게도 한다.

얼마 전 NHK에서 동명(一橋桐子の犯罪日記)의 드라마로 만들어 방영1하기도 했는데, 다소 만화스러운 연출이 특징인 일본드라마가 원작을 잘 살렸을 것 같아 기회가 되면 보고싶다.

이 리뷰는 YES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1. 49분 5회짜리로, 2022-10-08 ~ 11-05 토요일 22:00 반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