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지야시(Yaa Gyasi)’의 ‘밤불의 딸들(Homegoing)’은 가나에서 미국으로 이어지는 300년에 걸친 가족사를 담은 소설이다.

표지

소설은 하나의 뿌리로부터 시작해 무려 7세대에 걸쳐 이어진 총 14인의 이야기를 옴니버스로 담고있다.

이들은 핏줄로 이어진 명확한 연결이 있기 때문에 하나의 큰 흐름으로 여겨지기도 하나, 그것을 제외하면 사실상 모두 다른 별개의 이야기로도 볼 수 있다. 이들이 부모와 자식 관계가 명확하게 지속되는 가족사를 쌓은 것이 아니라 중간 중간에 여러번의 단절이 있기 때문에 더 그렇다. 그래서 이야기가 넘어갈 때 흐름이 조금 끊기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인물간의 관계는 이야기를 할 때 따로 정리하거나 하지 않는데, 대신 앞부분에서 가계도를 놓아둬 이를 미리 알 수 있도록 했다. 그 때문에 비록 어느정도 스포성을 띄고 있기도 하지만, 이들의 전체 관계를 헷갈리지 않고 명확하게 알 수 있다.1

크게 두 줄기로 갈라진 이야기는 가나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와 타지로 끌려간 가나 출신 노예들의 이야기를 모두 잘 보여준다. 이는 자연스럽게 당시의 노예 시장과 미국의 역사로 이어지기도 하는데, 각 인물들이 당시의 주요했던 이슈나 사건들과 연관이 있기도 해서 일종의 역사소설을 읽는 것 같은 느낌도 든다. 전체적으로는 가상이지만 어느 정도는 실제 역사도 반영했을 듯한데, 그래서 그런(역사와 허구가 잘 섞여있는) 이야기가 더 흥미로웠던 것 같다.

그렇기에 가나인들의 노예화가 어느정도는 가나인 자신들에 의해서 이뤄졌다는 것이 조금 충격적이기도 했다. 한국에서도 동포를 팔아먹었던 과거사가 있었다는 걸 생각하면 이런건 인간의 본성인가 싶어져 씁쓸해진다. 이는 한편으로는 가나의 부족들이 그만큼 서로 얼마나 다르며 사실상 다른 나라라 할만큼 개별적인지를 잘 보여주는 것이기도 했다. 여러 나라로 운영되기도 했지만 그래도 한 핏줄이라는 생각이 있는 한국과는 반대여서 좀 신선했다.

책을 읽으면서 가장 의아했던 것은 왜 책 제목이 ‘밤불의 딸들’인가 하는 거였다. 여성들의 이야기가 많이 나오기는 하지만 딱히 그렇다고 ‘여성사’라기보다는 ‘가족사’에 더 가까운데다, 원제가 갖고있던 의미도 잃어버리게 되었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이건 좀 너무 지나치게 시류에 편승한 것이 아닌가 싶다.

이 리뷰는 이북카페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1. 다른 인물로 넘어갈 때마다 가계도가 채워지는 식으로 했으면 스포도 없고, 매번 앞뒤로 왔다갔다 할 필요도 없어서 더 좋았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