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러 픽션 나이트(Horror Fiction Night)’는 호러같으면서 또 호러같지 않은 호러 소설집이다.

표지

다양한 장르의 소설을 써온 작가의 호러, 미스터리 소설을 모은 소설집이라는데 꼭 그렇지는 않다.

‘당신과 가까운 곳에’은 전형적이고 고전적인 공포 소설에 가깝다. 폐가 체험을 위해 모인 사람들이 하나씩 무서운 이야기를 꺼내고, 그들의 이야기는 과연 진짜일까, 귀신은 있을까 등을 궁금케 하면서 소설집을 꽤 잘 연다.

‘시체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은 미스터리 소설로, 낙서를 통해 익명으로 주고받는 말을 통해 전개되는 이야기를 꽤 흥미롭게 그렸다. 어쩌면 뻔하지만, 그래서 놓칠 수 있는 부분을 재미있게 그린, 꽤 괜찮은 미스터리다. 현실적인 공포감을 불러일으킨다는 점에서 현대적인 호러 소설스럽다.

‘벽 너머의 소리’는 소설집의 컨셉(호러)에서 꽤나 벗어나있는 작품이다. 청소년 문제와 그것에 대응하는 이야기를 그린, 굳이 정의를 하자면 일종의 히어로물에 더 가깝달까. 캐릭터의 성장을 보여주는 것도 꽤나 정석적인 히어로물같다. 그 활약의 결과가 다소 호러스러운 풍문을 만든다는 것이 조금은 소설집의 컨셉과 닿아있다.

‘과거로부터의 해방’도 컨셉에서 벗어난 소설인데, 주인공이 마치 몽유병같은 증상을 겪는다는 점이 그나마 컨셉에 닿아있기는 하다만, 좀 억지스런 연결성이긴 하다. 술과 그로인한 문제를 담았다는 점에서 다소 공익물스러운 느낌도 드는데, 개인적으로 술도 좋아하고 실수를 한적도 있기에 좀 뜨끔한 소설이었다.

‘검은 짐승들’은 초반부터 좀비물의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작품이다. 어떻게 좀비사태가 일어났는가를 화자가 회상하는 식으로 진행되는데, 기묘한 마을과 마을에 숨겨진 비밀, 그리고 좀비사태로 이어지는 설정이 꽤 흥미롭다. 다만, 그 근원이라 할 수 있는 것에 대해서는 이후 일언반구도 없다보니, 뭔가 다른 이야기의 프리퀄같은 느낌인 것이 좀 아쉽다.

‘제3의 종’도 ‘과거로부터의 해방’처럼 좀 공익물스러운 소설이다. 사람들이 찾지 않는 외딴 바닷가로 떠나는 두 남자의 대화를 통해 판타지같은 이야기를 그리는데, ‘이토 준지’의 만화같이 망해가는 세상에서의 괴기현상같기도 해 묘하게 분위기 있다.

‘귀신은 있다’는 소설집의 시작을 연 ‘당신과 가까운 곳에’와 수미쌍관을 이루는 것으로, 이 소설집을 ‘호러 소설집’이라는 하나의 테두리로 묶는 역할을 한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전형적인 공포 소설에 가까운데, 등장인물의 상황 등을 생각하면 엔딩이 좀 복잡미묘한 느낌을 들게한다.

수록작들의 공통점은 모두 약간의 반전을 갖고 있다는 거다. 이 단편 공포물에서 많이 사용하는 장치는 미스터리에도 잘 어울린다. 진실 혹은 뒷이야기에 대한 비밀이 이야기를 끝까지 흥미롭게 읽게 한다. 그런점에서 반전, 즉 미스터리 요소를 꽤나 잘 사용한 편이다.

호러 소설집을 내세운 것 치고는 그런 느낌이 좀 적다는게 쫌 걸리기는 하는데, 이야기가 자체는 볼만해서 별로 크게 신경쓰이진 않는다.

이 리뷰는 북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