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리어 & 와인(Hotelier & Wine) 1’은 호텔리어로서의 업무와 관련 영어 표현, 그리고 와인 지식을 이야기가 담긴 만화로 담아낸 책이다.

표지

‘바른영어사’에서 나온 이 책은 기본적으로 ‘영어책’이다. 그렇다고 영어 문법 같은 것을 따로 보이면서 설명하거나 하진 않고, 다만 한국어 외에도 영어로 번역된 대사를 함께 실어서 우리가 일상적으로 또 호텔 업무를 하면서 사용하는 말들을 영어로는 어떻게 표현하는지를 예시로서 보여준다. 일종의 ‘한영대역본’인 셈이다.

이야기는 새롭게 호텔리어에 도전하는 새내기가 다양한 호텔 업무를 배우는 과정을 담고있다. 거기에는 접객 서비스 뿐 아니라 호텔리어에겐 어떤 지식들이 필요한지도 얘기하며, 특히 그 중에서 와인은 일부 세부내용도 좀 더 수록해 이야기를 따라가면서 그런 것들도 배울 수 있도록 했다.

이야기도 바닥부터 점차 성장하는 흐름을 담아서 꼭 영어책으로서가 아니라 그냥 호텔리어에 대해 궁금한 사람이 보기에도 괜찮게 만들었다. 다만, 호텔이라는 곳이 나름 격식을 갖춘 공간이라서 그런지 대사가 전체적으로 좀 딱딱하게 들리는 감이 있다.

극의 재미를 더하기 위해 연애노선을 넣은 것은 장단이 모두 있다. 장점은 그게 묘한 라이벌 구도를 형성하고 주인공에게도 적당히 알기쉬운 시련이 생기도록 만들어 이야기가 좀 더 풍성해진 다는 것이다. 그 외에는 모두 직업적인 이야기라, 사실상 이야기는 이것뿐이라 해도 좋을 정도로 비중이 크다.

단점은 좀 뻔하고 작위적인 면이 있다는 거다. 특히 그 사이에 있는 남자의 태도가 그렇다. 단둘이 만나 술도 먹고 그렇고 그런 얘기까지 하면서, 정작 중요할 때만 모르는 척 한다? 일부러 그런 상황을 만들어 즐기려는 게 아니고서야 이해할 수 없는 행위다. 마치 아침드라마 같은 여자들의 행동도 썩 공감이 가지 않는다. 이들은 장면에 따라 서로 상충하는 듯한 행동이나 모습을 보이기도 하는데 중간에 그걸 매꿔주는 요소가 없고, 시간의 경과도 빨라서 태도나 감정의 변화를 따라갈 틈이 적기 때문에 더 어색하게 두드러져 보이는 듯하다. 연애요소가 비록 이야기에서는 비중이 높지만 책 전체적으로는 그렇지 않아 양이 적기 때문이기도 하다.

만화는 내용을 전달하는데는 무리없는 정도 수준이다. 다만, 컷 순서가 갑자기(따로 화살표나 이어지는 순서 표기 등도 없이) 가로에서 세로로 바뀌는 등, 편집이 썩 좋진 않다.

영어책으로서는 나쁘지 않다. 대사 전체를 영어로도 표기해서 일상적인 대화의 영어 표현을 알 수 있고, 영어도 전체적으로 쉽게 쓰여서 익히기도 좋은 편이다. 호텔에서 오가는 대사들은 업무 영어라고도 할 수 있으므로 호텔업 종사자에게도 도움이 될 듯하다.

영어 대사와 한국어 대사는 대조해보면 서로 말이 조금 다른데, 이건 영어를 어떻게 해야하는지를 보여주는 것도 같았다. 영어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은 한국어를 영어로 변환하려고 애쓰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그건 어렵고 때론 불가능하기도 하다. 100% 같은 어감이나 표현이란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그러려고 하니 더 영어가 어렵게 느껴질 수밖에. 반면에 이 책의 영어 대사들은 한국어 대사의 세세한 것은 무시하고 전체적으로 그러한 뜻이 담기게만 만들어졌는데, 그렇게 하는게 오히려 쉽고 뜻도 잘 통한다고 얘기하는 것 같다. 굳이 한국어를 ‘완역’해서 영어 문장을 만들려 할 필요는 없다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