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지무라 나나코(辻村 七子)’의 ‘보석상 리처드 씨의 수수께끼 감정(宝石商リチャード氏の謎鑑定)’은 그림같은 보석상 리처드씨와 보석에 얽힌 사람들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소설이다.

표지

이야기는 주인공 ‘나가타 세기’가 우연히 눈에띄는 미모의 보석상 리처드씨를 도와주면서 시작된다. ‘리처드 라나싱해 드부르피앙’이라는 내뱉기도 어려운 발음을 한 이 보석상은 나가타를 마음에 들어했고, 그건 나가타 역시 마찬가지다. 그래서 둘이 함께 보석에 얽힌 미스터리를 풀고 그 안에 담겨있던 마음을 살펴본다.

미스터리라고는 하지만, 그렇다고 이들이 어떤 큰 비밀이나 숨은 뜻 같은걸 다루는건 아니다. 그보다는 보다 작고 심적인 것을 대상으로 한다. 게다가 이야기 전개나 등장인물들의 심적 변화, 그리고 그걸 이끌어가는 주인공의 말과 행동도 다소 ‘만화적’이어서 가볍고 재미있게 볼 수 있다. 소설 자체가 잘 짜여진 이야기 보다는 캐릭터들의 매력을 보여주는 캐릭터 소설이라 더 그렇다. 다소 현실적이지 않은 작위적인 진행은 좀 그랬지만, 주요 캐릭터들의 캐미는 그것을 상쇄할만큼 좋아서 웃음지으며 보게 한다.

작가가 이들의 이야기를 명확하게 정리하지 않고 미묘한 느낌을 계속 남겨두는 것도 좋았다. 그래서 소설에선 나오지 않은 뒷 이야기를 상상해 보기도 하고, ‘만약 이랬으면…‘하고 나만의 설정이나 이야기를 덧붙여 보는 재미도 있었다. 어쩌면 일부러 팬픽을 노리고 이렇게 한 것 같기도 하다. 보석을 단지 소재로만 사용하지 않고, 그렇다고 너무 깊지도 않게 적당한 선에서 제대로 소개하는 것도 좋았다.

이야기는 다소 아쉽지만 이 캐릭터 들은 좀 더 보고 싶다. 후속 이야기나 만화판이 나와도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