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가와 고이치(小川 光一)’의 ‘우리 가족 재난 생존법(いつ大災害が起きても家族で生き延びる)’은 각종 자연재해에 대비하고 그런 상황이 닥쳤을 때 어떻게 해야할지 설명하는 서바이벌 가이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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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지진, 쓰나미, 태풍과 홍수, 화산 폭발, 폭설까지 다양한 상황에 대해 다룬다. 그런것 치고는 책이 아주 얇은데 자세하고 다양한 정보를 담기 보다는, 가장 중요하고 기본적인 내용을 담았기 때문이다.

‘재해 심리’도 그 하나다. 여기서는 재해가 일어났을 때 인간이 어떤 행동을 하는지, 그러니 어떻게 해야하는지 설명하는데, 이게 꽤 재밌었다.

대표적인게 순간 굳어버려 아무것도 안하고 재난이 다가오는걸 보고만 있는거다. 이건 평상시에도 ‘사고’를 쳤을 때 쉽게 볼 수 있다. 예를들면, 물을 엎어버리고선 물이 사방으로 퍼져가는것을 보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가장 안타까운것은 다른 사람을 찾으러 가는게 아닐까 싶다. 이는 서로 연락이 안되서 그렇기도 하지만, 일부는 포기하려는 사람이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노인들이 주로 그러는데, 그러면 가까운 사람들은 아무래도 데리러 돌아가게 된다. 포기하는 사람들은 입으론 ‘난 상관말고…‘라고 하는데, 오히려 다른 사람을 말려들게 한다는걸 생각하면 참 아이러니하다. 죽을줄 알면서도 되돌아가는건 인간이라서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그러니, 만약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그런 얘기를 한다면 ‘구하러 가게 될 테니 나까지 말려들게 될 것’이라는걸 확실히 얘기하라고 한다. 그렇게 하면 ‘난 상관말고’가 얼마나 이기적이고 모순적인지 깨닫게 될 것이다.

그 외에도 식품과 소모품 등을 준비하는 방법이라던가, ‘방재 피크닉’과 ‘방재 체험관’ 등도 소개한다. 특히 ‘일상 비축’은 꽤 괜찮아 보였다.

아쉬운것은 설명 기준이 모두 일본이라 한국과는 잘 맞지 않는게 많다는거다. 앞서 얘기한 방재 체험관 같은것이 그렇다. 일부 정보는 감수를 맡은 도시 재난 전문가 우습엽이 한국에 맞는 정보를 주로 달기도 했지만, 그렇지 않는것도 많아 제대로 된 가이드라고 하긴 좀 그렇다.

고양이 가족이 거의 등장하지 않는것도 아쉽다. 처음에는 이들을 통해 이야기처럼 재미있게 구성했나 싶었는데, 막상 보니 등장도 거의 없고 등장하는것도 거의 의미가 없더라고. 이럴거면 뭐하러 내세웠나 싶기도 하고. 어째 처음에 이렇게 할까, 저렇게 할까 생각하다가 꼬여서 섞여버린 것 같은 느낌이다.

그래도 다양한 재난이 많기까지 한 일본의 책이라 그런지 재난에 대해 나름 정리도 잘 했고, 그래서 배울것도 많다. 최근 한국에서도 지진이 일어나 대비하고 싶은 사람이 많을텐데, 혹시 관련 책을 찾고 있다면, 기존적인 정보를 습득하는데 이 책이 도움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