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헛어른’은 어른이라기엔 서툰 30대의 이야기를 담은 만화 에세이다.

표지

성인의 경계는 모호하다. 만 나이로 18 또는 20이면 일단 성인이 되었다고는 한다만, 1분 1초가 지나 그 나이가 딱 되었다고 해서 그 직전과는 다른 획기적인 변화가 일어나는 것도 아니고, 몸은 물론 마음까지도 여전히 방금까지 어린아이였던 그대로인 채다.

어른은 더 그렇다. 나이를 기준으로 하는 법적 성인과는 달리 애초에 기준부터가 모호하기 때문이다. 사전적으로는 ‘다 자란 사람’, 좀 더 구체적으로 정의해봐도 스스로 자신을 먹여살리고 본인의 행동에 책임질 수 있는 사람 정도라 할 수 있겠는데, 아무리 나이를 먹어도 당최 언제가 되면 그런 경지에 이르게 되는 것인지 모르겠다.

나보다 배는 더 나이를 먹은 사람들이 부리는 추태라도 보게되면 당최 어른이란 존재하기는 하는 것인가하는 의문까지 들기도 한다. 그래서 ‘헛어른’이 요즘 시대의 소위 ‘어른같지 않은 어른’들에게 참 적절해 보이기도 한다.

나 스스로를 돌아보았을 때도 그렇다. 몇번을 흔들리고도 또 흔들리고, 실수를 통해 많이 배웠다 싶으면서도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나 역시 숫자로만 나이를 먹은 헛어른에서 별로 벗어나있지 않다.

그래서, 30대에 들어서게 되어 마치 어른인 것 같으면서도 실제론 어른같지 않은 자신을 돌아보고 때론 한숨을 내쉬는 듯 적어낸 이 책의 이야기들은 쉽게 공감이 간다. 짧은 문장을 4컷 만화로 그려낸 것이라 내용은 많지 않지만,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구구절절하게 적어낸 것보다 더 와닿기도 한다.

책은 남녀 둘을 주인공으로 내세우고 한 쪽엔 남자, 다른 한쪽엔 여자의 이야기를 실었다만 양 쪽의 내용 모두 성별과 관계없이 공감할 만하다. 특별한 이야기가 아니라 일상적인 것들이 이어지는데 그것들이 나 자신에게도 익숙한 것이라 더 그렇다.

보면서 공감하고, 그래서 괜히 내 마음을 알아주는 것 같아 묘하게 마음풀이도 되며, 옅지만 코미디도 섞여있어 재미있게 읽을 수도 있다. 만화 외에 중간중간 글로 적어낸 에세이도 만화와 주제를 같이하기 때문에 잘 어울린다.

단점은 분량이 너무 적다는 거다. 보통 한쪽에 두편씩 싣는 4컷 만화를 이 책은 한쪽당 한편씩만 실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쪽수로는 260여쪽이지만, 실제 분량은 130여쪽 밖에 되지 않는다. 남녀를 양쪽으로 배치해 놓는다는 것이나, 한쪽에 한 주제만을 싣는다는 컨셉 자체는 나쁘지 않지만, 그래도 역시 다 보고나면 너무 짧다는 아쉬움이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