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망과 탐욕의 인문학’은 미술작품들에 그려낸 다양한 에로스를 담은 책이다.

표지

미술작품을 소개하고, 그와 관련된 이야기를 하는 이런 류의 책은 분명 흥미롭기도 하지만 접근이 쉽지 않기도 하다. 어렵기 때문이다.

미술에 대해 깊게 공부한 사람이 쓴 책일수록 그런 경향이 있는데, 그런 책들은 전문적이라고 느끼게 하는 반면 좀처럼 읽히지 않는다는 단점이 있기도 하다.

하지만 이 책은 흥미로운데다 재미도 있다. 그러한데에는 이야기의 중심을 미술작품에 두지 않았다는 점이 주요하다. 미술작품을 놓고 그를 분석하며 관련 이야기를 하는 식으로 내용을 채우지 않았다는 말이다. 반대로 이야기를 풀어놓으면서 그에 어울리는 미술작품을 소개하는 식으로 구성했다. 그래서 미술책이지만 보통의 이야기책처럼 잘 읽히는 것이 장점이다.

그렇게 잘 읽히는 것은 신화와 역사라는 대다수의 사람들이 끌리는 이야기를 담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당연히 그게 미술 작품의 주제가 된 이유이기도 한데, 그것들을 시대나 작가에 따라 어떻게 받아들이고 재해석했는지를 보는 것도 꽤 재미있다.

신화와 역사에는 종교가 깊게 관여되어 있어 어떻게 보면 종교의 변천사라고도 볼 수 있는데, 그에따라 성에 대한 관념이 어떻게 변화되었는지, 또 그것들이 미술작품에 어떻게 반영되어 나타났는지를 보는 것도 의미있다.

아쉬운 점도 있었는데, 가장 대표적인 것이 책에 수록된 미술 작품의 질이 안좋다는 거다.

미술책이란 기본적으로 미술작품을 소개하고 감상할 수 있도록 하는 책이다. 그러므로, 다른 무엇보다 작품을 제대로 싣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작품을 제대로 소개하는 것이나 그걸 재미있게 풀어내는 것은 그 다음이라 할만큼, 작품 자체를 제대로 감상할 수 있도록 싣는 것이야 말로 미술책의 기본이다. 하지만, 인터넷이 발달하고 출판물을 디지털로 만들게 되면서, 책에 수록할 삽화를 인터넷에서 대충 검색해다 다운받아 붙이는 경우가 많아졌다.

이 책 역시 마찬가지다. 물론 불만없을만큼 양호한 것도 많기는 하나, 도저히 못봐주겠다 싶을만큼 도트가 튀고 저질인 그림 역시 상당하다. 이게 미술책으로서의 이 책의 가치를 떨어뜨린다.

삽화가 무엇인지를 제대로 설명하지 않은 것도 많다. 책에는 고전 미술작품 뿐 아니라 피규어(Figure)나 일러스트 등 다양한 현대의 미술품들도 삽화로 넣었는데, 그런 것들은 대체로 누가 언제 만든 어떤 작품인지 제대로 설명하지 않는다. 미술책이라면 적어도 작품명과 작가, 발표시기 정도는 제대로 표기해야 하지 않을까.

본문에서 언급하는데도 삽화가 없는 게 있는 것도 좀 아쉽다. 최소한 언급된 작품들은 주석으로라도 소개해서 원하면 찾아볼 수 있도록 했으면 좋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