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실수로 투명인간을 죽였다’는 투명인간을 소재로 한 미스터리 소설이다.

표지

아니, 이걸 미스터리라고 얘기해도 될지 모르겠다. 왜냐하면, 별로 비밀스러운 뭔가를 파헤친다던가 하는 그런 이야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장르에 대한 편견같은 것 때문에 생긴 오해다.

한국 사람들은 미스터리라 하면 대게 추리소설과 같은 퍼즐물을 먼저 떠올리는데, 미스터리는 그보다 훨씬 더 큰 대분류같은 장르다. 여기에는 소위 본격추리소설같은 퍼즐물에서부터, 하드보일드로 대표되는 형사 드라마는 물론, 호러나 오컬트같은 신비한 이야기까지가 모두 포함된다.

이 소설은 그 중 마지막에 언급한 일종의 기묘한 이야기 부류에 속한다. X-파일 같은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 그걸 정말이지 멋지게 그려냈다.

처음엔 (쉽게 오해할 수 있는 것처럼) 범죄물같은 느낌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살인이라는 것을 고백하고 그 뒷처리에 휘말리는 주인공을 따라가기 때문이다. 그것이 점차 투명인간과 그들의 생태(?)에 대한 탐구로 이어지면서 점점 기묘한 이야기쪽으로 옮겨가는데, 이게 굉장히 자연스럽고 하나씩 세부를 더해가면서도 계속 비밀스런 부분을 남겨두는 짓도 잘해서 끝까지 흥미롭게 보게 만든다.

말하자면 범죄물 요소 즉 친구의 살인고백을 맥거핀으로 써먹은 건데, 이게 자칫 허술함으로 느껴지지 않게 이야기를 잘 짠 셈이다.

툭툭 던지듯 내놓는 사소한 디테일들을 통해서 쌓아나가는 캐릭터 메이킹도 좋다.

세세하게 따지고 들자면 티를 발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특히 과학적인 부분을 걸고 넘어지면 그렇다. 그러나, 그런 게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그런 걸 딱히 생각하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을 정도로 흐름이 좋고 이야기도 재미있다. 투명인간이라는 낡은 소재를 이렇게 살려낸 것도 새삼 감탄이 나온다.

또 어떤 이야기를 써낼지, 다음이 기대된다.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