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시 매퀴스턴(Casey McQuiston)’의 ‘나는 샤라 휠러와 키스했다(I Kissed Shara Wheeler)’는 종교와 사회의 억압과 성정체성을 소재로 한 소설이다.

표지

처음부터 분명한 메시지를 가지고, 그것을 전달하기 위한 수단으로써 소설이라는 형태를 택한 것 치고는 상당히 완성도가 괜찮은 소설이다.

모두의 여왕과같은 존재인 ‘샤라’가 갑작기 실종이 됐다느니, 그 직전에 이상한 짓을 하고 가서 몇 사람들을 흔들어놓았다느니 하는 얘기를 하고, 미리 남겨놓은 분홍 편지를 통해 단서를 주고 그것을 찾아가는 식으로 이야기를 진행함으로써 흥미롭게 볼 수 있게 시작한 것부터가 좋다.

덕분에 이야기에는 미스터리가 생겼고, 퍼즐을 푸는 것 같은 재미, 게임을 하는 것 유희를 느끼게 해 하려는 이야기가 담긴 부분까지 지루하지 않게 볼 수 있게 해준다.

저자가 자신의 실제 경험을 녹여내 그린 종교적, 사회적 무리 안에서의 압박감이나 성정체성으로 인한 배척같은 요소 등은 꽤나 무거운 것인데, 그것을 살짝 틀어 유쾌하게 볼 수 있게 그린 것도 좋다.

그렇게 한 덕분에 등장인물들이 더 쾌활하고 당차보이기도 하며, 로맨스 역시 기분좋게 연결되는 것으로 느끼게 한다. 만약, 그렇지 않고 현실의 어두움을 그대로 묘사했다면 이야기도 좀 칙칙하고 그 끝에 있는 등장인물들의 로맨스도 희망적이기보다는 자기위안적인 것처럼 느껴졀을지도 모른다. 로맨스 소설로서의 성격도 가지고있는걸 생각해 소설의 전체 분위기를 어떻게 만들어야 할지를 잘 결정했다는 얘기다.

이야기를 통해 들려주는 메시지도 분명하다. 애초에 그를 위해 쓴 소설인만큼 직접적으로 얘기하는데다, 심지어 그걸 여러번 반복하기까지 하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그걸 지문으로 적어 넣어 저자의 말처럼 들리게 하지도 않았고, 여러 등장인물들이 각자의 상황에서 느끼고 깨닫거나 조언과 격려를 건네는 식으로 변형했기 얘기하는데다 거기에 이르는 흐름도 자연스러운 편이라 관념을 억지로 주입하려는 것처럼 느껴지지는 않는다.

성정체성과 자아정체성, 그리고 성소수자 문제에 대한 핵심적인 생각거리도 잘 담은 편이다.

이야기와 메시지 모두 적정선으로 조절을 잘 한 것 같다. 그래서 전체적인 완성도가 꽤 괜찮다.

아쉬운 점이라면, 번역과 교정 상태가 그리 좋지 않았다는 거다. 오타만 있는 게 아니라, 문장이 뒤섞여 꼬여있는 것도 있고, 한국에선 쓰지 않는 표현이라 의미불명인걸 그래도 직역해논다든가, 반대로 한국에서도 똑같이 쓰이는 고유명사를 굳이 번역해서 오히려 헷갈리게 하는 등 전체적으로 꼼꼼하지 못한 모습을 보인다. 그렇다고 전체 내용을 따라가는데 무리가 있는 것까지는 아니나, 정식출판물의 번역과 교정 상태가 이렇다는 것은 쫌 그렇다.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