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이야기를 먹어 줄게’는 청소년들의 다양한 고민과 그 해결을 판타지로 그려낸 소설이다.

표지

솔직히 시작은 그렇게 좋지 않다. 아무리 다소 무리한 것도 눈감아주는 판타지라고는 하지만, 어디까지나 현실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데도 선뜻 와닿지 않는 설정으로 시작하기 때문이다.

감정적으로 예민한 청소년들이 자신의 은밀한 고민을 마치 고해성사라도 하듯이 같은 또래에게 털어놓는다는 것도 와닿지 않고, 전혀 전문적인 지식을 쌓지않은 아이들이 주먹구구식으로 심리 상담을 진행한다는 것이나 기억을 먹는 괴물을 이용해 아이들의 기억을 먹어 없애겠다고 하는 기본적인 발상 자체도 꽤나 문제의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경험이나 관련 지식이 부족하다보니 듣고 조언을 해줄 수 있는 것에 한계가 있다는 문제도 있다.

그래서인지 초반에는 이야기가 헐렁하게 진행되는 듯한 느낌도 든다. 스스로도 충분히 답을 내릴 수 있을만한 가벼운 고민이나 기억을 먹어 없애는 게 일종의 만능 치트키처럼 쓰이는 감이 있어서다. ‘그때는 몰랐다’는 식의 상투적인 끝을 남발한다거나, 이상하게 뒤섞인 문장이 여러번 등장하는 등 글 자체에서 마뜩잖은 부분이 여럿 보인다.

그래도 배경 설정이 자리를 잡은 후에는 나름 진지한 얘기도 하고, 자신들이 어떤 영향을 끼치고 무슨 결과로 이어지게 될지를 고민하는 모습도 나오는 등 점차 나아지는 모습을 보인다.

그러면서도 특정 부분만이 너무 무거워지지 않고 완급 조절도 한 편이다. 신화적인 괴물을 통해 그려내는 판타지 요소도 의외로 나쁘지 않다. 앞으로를 기대해볼 만하다.

이 리뷰는 북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