팟빵에서 서비스 중인 ‘당신의 슬픔을 훔칠게요’는 동명의 책을 오디오북으로 만든 것이다.

당신의 슬픔을 훔칠게요

팟빵 앱으로만 이용할 수 있는 전용 컨텐츠인 팟빵 오디오북은 아직 많지는 않지만 나름 기대해 볼만한 컨텐츠다. 이 책도 그렇다.

마치 라디오같은 이 책은, 시 큐레이션 앱 시요일에 연재되었던 ‘김현의 詩 처방전’을 정리해 옮긴 것으로, 독자의 사연에 김현 시인이 어울리는 ‘처방시’를 읊어주고 ‘처방전’을 덧붙이는 식으로 구성되어있다. 세상이 각박해지면서 시를 읽거나 하는 일이 거의 없어서인지 사연에 대한 응답으로 시를 읊어준다는 게 특이하기도 하면서 조금 낯설기도 했지만 그래도 묘하게 마음에 들었으며 내용도 전체적으로는 무난해서 들을만 했다.

다만 기본적으로 시를 읊어주는 것이기 때문에 다른 일을 하면서 듣기에는 그리 적당하지 않다. 시라는 건 대게 공감하고 되새김질 할 함축적인 문장으로 이뤄져 있기 때문이다. 시인이 하는 얘기라서 그런지 어째 처방전도 좀 그와 비슷한 느낌이어서 더 그렇다. 자기 전 잠자리 누워 눈을 감고 조용히 소리에만 집중해서 들으면 좋지 않을까 싶다.

에피소드 구성은 꽤 잘 한 편이다. 한 화 한 화를 한개 사연으로 나누었는데, 이게 일종의 목차나 책갈피 역할도 해서 통으로 만든 것보다 편의성을 높여준다. 다만, 각 에피소드의 끝을 알려주는 소리가 없어서 연속으로 들을 때는 좀 앞뒤 에피소드가 섞이는 느낌도 들었다.

오디오북에서 아쉬웠던 점은 일부 에피소드에 소리가 먹은 부분이 있다는 거다. 녹음이 잘못된 것인지, 서비스상의 일시적인 문제인지 모르겠지만 오디오북에 따로 대본 같은게 첨부되어있는 것은 아니라서 이건 좀 큰 단점으로 느껴졌다.

또 시 중에는 저작권 문제로 오디오북에 실리지 못한 것도 있는데, 그것도 조금 아쉽다. 다른 시로 대체하긴 했지만, 원래의 내용과는 달라진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책을 본 사람에게는 다른 시를 들을 수 있어 나쁘지 만은 않을 지도 모르겠다.

그 외에는 전체적으로 만족스럽다. 저자 자신이 직접 읽어주는 것은 숙련된 배우나 성우가 읽는 것과는 좀 다르긴 하나, 그것도 더 라디오를 듣는 느낌이 들어 나쁘지 않았다.

다만, 그걸 담은 팟빵 앱의 수준은 썩 좋지 않다. 재생을 위한 가장 기본적인 것은 일단 갖춰져있기는 하지만, 사용성이나 편의성도 크게 떨어지고 버그도 꽤 있기 때문이다. 예를들면, 에피소드를 연속해서 들을 때 간혹 일부 에피소드를 건너뛸 때가 있고, 에피소드 목록에 재생중 표시가 여러개 뜨기도 하는 등 개중엔 사소한 것도 있지만 뭐 이런 버그가 있나 싶은 황당한 버그도 꽤 보인다. 특히 멀티태스킹을 할 때 의외로 잘 꺼졌는데, 일시 중지때에도 알림 목록에서도 사라져버려 앱을 다시 켜야 하는 등 불편함이 많았다. 이런 점들은 앞으로 개선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