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여섯 시까지만 열심히 하겠습니다’는 현대 직장인을 위한 생각거리를 담은 책이다.

표지

현대 직장인은 예전과는 많은 면에서 다르다. ‘가업’으로 대표되는 전통적인 일과는 달라졌다는 건 이미 말할필요도 없고, 나아가 회사와 직원의 관계에도 큰 변화가 있었다는 말이다.

간단하게 둘이 얼마나 오래 같이 할 것인가부터가 그렇다. 예전에는 직장인이라고 하면 ‘평생 직장’이라는 말이 있었을 정도로 거의 끝까지 함께하는 것 같은 느낌(실제로는 아니었지만)이었다고 한다면, 지금은 회사도 직원이 평생 있을거라고 생각하지 않고 직원 역시 이 회사에 계속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둘의 관계가 느슨해진거다.

이건 때론 부정적인 면모로 얘기되기도 한다. 그만큼 회사가 직원을 단지 부품처럼 쉽게 갈아끼운다는 말이기 때문이다.

반대로 이는 그만큼 직원이 예전처럼 회사에 충성을 다 바치거나 회사 때문에 목을 맬 필요가 없다는 말이기도 하다. 언제든지 둘의 사이가 갈라질 수 있다는 것은 단지 회사의 상황에 의해서 뿐 아니라 자신의 필요에 의해서도 마찬가지다. 이게 직장인에게 ‘자기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한 작은 계기 중 하나였다고 생각한다.

심지어 지금은 사회의 요구가 변하면서 개인으로서 할 수 있는 일도 많아졌다. 소위 1인 컨텐츠 크리에이터가 그것이다. 그래서 이제는 일을 생각할 때 ‘어떤 회사에 들어갈거냐’ 하는 것 보다는 무슨 일을 어떻게 할 거냐가 더 중요해졌다.

책에는 그런 상황에서 직장인(물론, 꼭 직장인이 아니라도 마찬가지다)들이 한번 쯤 해보면 좋을만한 생각거리들을 담아뒀다. 간단하게는 힘들고 불만이 많은 현재 직장을 때려칠까 말까 하는 것부터, 인력교체가 쉬워진데 반해 더 늘어난 수명만큼 오랫동안 계속해서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를 찾는 것까지 말이다.

대부분이 직장 생활을 한지 좀 되었거나 직업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보았다면 한번쯤 생각해봤을법한 얘기들이라 어렵지않게 술술 들어왔다.

대신 그에 대한 답만은 쉽게 열리지가 않는다. 저자가 그것을 일부러 피하기도 했기 때문이다. 그러니 혹자는 책을 보고 더 머리 속이 복잡해질 수도 있고, 그래서 그것에 대해 불평을 토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건 애초에 이런 문제에 답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막말로 저자가 내 인생을 살아줄 것도, 책임져 줄 것도 아니지 않는가. 내가 원하는 것이나 좋아하는 것 역시 저자와 다르다. 그러니 답을 줄 수 없는 건 어찌보면 당연하다. 그걸 알기에 그 점이 딱히 불만스럽거나 하진 않았다.

한번쯤 생각해 봤을법한 이야기라는 것도 머릿속을 어지럽히던 것들을 정리해서 볼 수 있게 해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니 그 자체로도 썩 나쁘지는 않았다.

다만, 자기계발서라는 것 때문에 어떤 깨달음이나 배움을 원하고 책을 들었다면 조금 실망할지도 모르겠다. 책에는 그 어떤 답도 담겨있지 않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