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오인 콜퍼(Eoin Colfer)’와 ‘앤드류 던킨(Andrew Donkin)’이 쓰고 ‘조반니 리가노(Giovanni Rigano)’가 그린 ‘불법자들(Illegal)’은 난민 소년의 험난한 여정을 그린 만화다.

표지

누나에 이어 형까지 유럽으로 간 것을 알게 된 ‘이보’는 어차피 혼자서는 제대로 버틸 수 없다는 생각에 형을 따라 유럽으로 가기로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유럽에 가까운 북쪽으로 가야만 한다. 그래서 이동하고, 돈을 벌고, 다시 이동하면서 결국엔 형을 만나 최종적으로 500Km에 달하는 험난한 항해에 오르게 된다.

만화는 이들의 여정을 둘로 나누어 번갈아가면서 보여준다. 하나는 바다 위에서 어떻게든 유럽으로 향하려고 하는 모습이고, 다른 하나는 밀항지까지 가기위해 아프리카 여러 지역에서 고군부투하는 모습이다.

바다 위에서의 이야기는 반 쯤은 인내와의 싸움과도 같다. 사방으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바다만이 몇날 몇일 계속 이어지기 때문이다. 심지어 기껏 마련한 돈으로 받은 보트는 제대로 된 것조차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갈증과 굶주림으로 죽거나, 그대로 가라앉아버리기도 한다.

그에 비하면 일도하면서 돈을 모을 수도 있는 육지에서의 이동은 그나마 나아보이기도 하지만, 장사치들의 손에 당하거나 사막 위에 버려질 수 있기에 죽음의 위험이 끊이지 않는 것은 마찬가지다. 심지어 도시에서조차 죽음의 위험은 늘 가까이에 있다. ‘불법자’여서 경찰이나 군인들에게서도 피해다녀야 하며 제대로 된 숙소나 병원 역시 이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이들의 험난한 여정을 책은 굉장히 사실적으로 담아냈다. 그런 사람들 중 운좋게 성공한 소수의 이야기를 통해 조금씩이나마 실상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책은 그것들을 꽤 잘 그려냈기에 실상을 아는데 도움이 된다.

여정을 떠나는 사람들 중 상당수가 어째서 죽음으로 끝을 맞게 되는지도 잘 담았는데, 단지 길고 거친 사막과 바다를 건너야 하기 때문이 아니라 오히려 단지 그들을 돈벌이로밖에 보지 않는 사람들에 의해 죽음에 내몰리게 되는 것이라는 걸 보면 인간이란 얼마나 잔혹한 것인지 쓸씁함을 느끼게 된다. 그런 인간들이 그들을 거부하는 유럽인들이 아니라 그들을 유럽으로 보내는 같은 아프리카 사람들이라서 더 그렇다.

반대로 여러 역경에도 불구하고 희망을 잃지 않는 것이나 모두가 어려운 와중에도 서로를 위하는 모습에서는 짠한 마음도 들게 한다.

이미 여정을 시작한 시점에서부터 이야기를 하기 때문에 이들이 왜 여정을 시작했는지는 제대로 그려지지 않았는데, 중간에 만나는 사람들 역시 간략하게만 이주 사연을 이야기할 뿐 어째서 꼭 그런 위험을 무릎쓰면서까지 이주를 해야만 했는지는 제대로 나오지 않는다. 그래서 그들에 대한 공감까지는 끌어내지 못한다는 것이 조금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