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에 마음을 묻다’는 저자 최혜진이 블로그에 연재했던 ‘그림책 처방’을 다듬어 책으로 엮은 것이다.1

표지

책에는 총 21가지의 고민 이야기가 실려있다. 무엇이 걱정인지, 무엇을 원하는지를 얘기하면 거기에 저자가 조언하는, 마치 라디오의 고민 상담 프로 같은 모양새를 갖췄다. 다른 점이 있다면 거기에 대한 처방으로 그림책을 제시한다는 거다.

그림책은 내용 요약과 거기서 얻을 수 있는 교훈, 그리고 표지와 내용 일부를 찍어 보여주는 식으로 첨부했는데, 이는 그림책이 말로 듣는 것보다 직접 보는 게 더 좋기 때문이다. 그러니 그 맛보기를 주는 셈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이 책은 일종의 그림책 리뷰 모음이라고도 볼 수 있을 것 같다.

무엇보다 다양한 그림책을 충실히 설명해주는 게 좋았는데, 이는 나 역시 그림책에 매력을 느끼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림책은 아무래도 그림이 많고 글이 적어서 그런지 ‘애들용’으로 치부하는 때가 많은데, 사실은 거기에 담긴 내용은 상당히 압축된 것이기 때문에 오히려 많이 생각해봐야만 이해할 수 있을 만큼 심오한 것도 많다.

표현 방법도 그렇다. 예를 들어, 책에서 소개한 ‘구멍(Hullet)’을 보면, 책에 정말로 구멍이 뚫려있으면서 전체를 아우르는 주제를 나타내는데, 각 장에는 그걸 다양하게 해석해서 보여준 장면들이 실려있어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작가의 아이디어에 감탄하게 된다. 그래서 마치 하나의 예술 작품을 보는 것 같다.

구멍(Hullet) 표지 구멍(Hullet) 11p

애초에 저자가 고민에 대한 처방으로 그림책을 제시할 수 있었던 것도 바로 그런 그림책의 특성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다. 얼핏 보면 짧고 별거 없어 보이지만, 잘 보면 그림 하나하나에도 의미가 있고, 담긴 교훈 역시 깊고 묵직하니까 말이다. 그걸 현실적인 고민에 잘 접목한 저자의 역량도 대단하다.

여러 가지 그림책도 소개받고, 거기에 대한 저자의 리뷰도 보고, 그걸 고민 상담에 사용하는 것도 꽤 괜찮았다. 다만, 책에 실린 그림책 사진이 너무 작은 건 좀 아쉬운데, 기회가 되면 실제 그림책으로 접해보고 싶다.

  1. 블로그는 현재 접속되지 않는다. 대신, 그림책 처방은 브런치에 연재한 게 있으므로, 저자의 원래 글과 사진이 궁금한 사람은 그쪽을 방문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