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세계에서도’는 2020 제11회 젊은작가상 수상 작가로 선정된 이현석의 첫 소설집이다.

표지

책에 수록된 8편의 소설들에는 딱히 일관된 주제가 있는 것 같지는 않다. 굳이 있다고 한다면 리얼리즘이라고 할까. 사회와 인간에 대한 다양한 면모와 그것들이 자아내는 이야기를 담은 소설들은 그래서 일종의 사회소설로 읽힌다.

그렇다고 명확한 사회적 메시지를 던진다던가, 어떤 계몽을 촉구하는 목소리 같은 것이 뚜렷하게 느껴지거나 하지는 않는다. 그보다는 차라리 혹시 잊고 있는 건 아니냐고, 우리 주변에는 이런 일들도 있다고 넌지시 얘기해주는 것에 가깝다.

이런 느낌을 받는 이유는 저자가 딱히 등장인물들을 명확하게 편을 갈라 보여주거나 하지도 않을뿐더러, 특정 인물에게 깊게 관여하여 그의 생각과 감정에 몰입하게 만들지도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조금은 떨어져서 제3자적인 입장으로 그들을 바라보는 식으로 이야기를 그려서 각 이슈들을 조금은 객관적으로 받아들이고 독자 스스로가 직접 고찰해보도록 만든다.

이런 특징들은 수록 소설이 갖고있는 시사성을 더욱 두드러지게 한다. 대신 그런만큼 이야기로서의 재미는 떨어뜨려서 소설이라기보다는 마치 르포물을 보는 것 같기도 하다.

수록작들에 또 하나 공통적인 부분이 있다면 대부분이 의료계와 연관된 이야기라는 거다. 많은 경우 주인공 자신이 의료 분야에 몸을 담고 있거나 관련 일을 겪고 있으며, 이야기의 주요 소재로 의학적인 내용이 사용된다는 점이 그렇다. 이는 아마도 저자가 소설의 소재를 개인적인 경험으로부터 얻어서 그런게 아닌가 싶은데, 그 덕분인지 몇몇 장면에서는 마치 실제로 본 것을 적은 듯 현실감있는 묘사를 보이기도 한다.

이 리뷰는 북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