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관 하세국’은 광해군 시대를 배경으로 외교 첩보 전쟁을 그린 역사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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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를 불문하고 첩보는 중요했을 수 밖에 없다. 특히 명과 후금 사이에서 줄다리기를 해야했던 광해군 시대는 더 그렇다. 그렇다면, 당시 그 안에서 첩보의 주역이었던 사람은 누구일까. 어쩌면 역관(譯官)이 첩보역도 함께 하지 않았을까. 이 소설은 그런 상상력을 바탕으로 쓴 가상역사 소설이다.

저자의 생각은 꽤 그럴 듯하다. 첩보가 가능하려면 상대의 말을 잘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자주 왔다갔다해도 의심을 사지 않아야 하니, 서로 왕래가 있을 때 반드시 함께하기 마련인 역관은 첩보 역을 하기에 제격이었겠다는 생각이 든다.

단지 아이디어만 그럴듯 한게 아니다. 비록 여러가지 술수나 책략들이 등장하는 것은 아니라서 딱히 첩보전쟁이라고 할 정도로 거창한 일이 벌어지는 것은 아니나, 삼국이 서로 정보를 조작하고 자기들에게 유리하게 만들려고 하는 것도 나름 잘 표현했다. 역관들을 중심으로 풀어내는 이야기도 꽤 볼만하다.

그에비해 광해군 측에서는 답없는 싸움만 계속하는게 그려지는데, 정세를 전혀 읽질 못하고 명에만 매달리는 모습을 보니 참 답답하고, 그러니 망했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차라리 신하들 목을 다 쳐버리게 낫지 않았을까. 참 안타까운 일이다.

역관을 새로운 시각으로 본 것도 괜찮았지만, 소설책으로는 특이하게 게임이론으로 당시의 정세를 분석한 부록을 실은 것도 나쁘지 않았는데, 역사를 다른 방법으로 살펴보는 건 재미있었다. 소설과 밀접하게 관련이 있는 것은 아니나, 나름 깨알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