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각파도 속으로’는 금괴 찾기에 나서는 사람들이 휘말리게 되는 일을 그린 해양 스릴러다.

표지

고립된 공간은 매력적이다. 탈출구가 없기 때문이다. 그것은 자연히 심리적인 압박감으로 이어지고, 긴장감을 최고로 끌어올리는 작용을 하며, 평소라면 정신나갔다 할 수 있는 극단적인 선택이나 행동도 말이 되게 만드는 마성까지 가지고 있다.

그래서 미스터리에는 고립된 산장, 연락선이 끊긴 섬, 달리는 기차나 망망대해 속 배 위라는 한정된 공간을 즐겨 사용한다.

그런 배경을 설정한 것 만으로도 이 소설은 스릴러로서 점수를 좀 먹고 들어간다.

금괴를 찾아 나서게 되는 과정도 흥미로웠다. 실제 있었던 사실에 허구를 섞어 그럴듯하게 만들어낸 목표물은 누구든 한번은 떠올려봤을 일확천금의 꿈을 생각나게해 관심을 갖고 보게 만든다.

살인사건으로 시작해놓고 얼렁뚱땅 보물찾기로 넘어가는 것 같기도 하지만,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후에 어떤 뜻밖의 이야기로 이어질지도 궁금했고, 보물찾기 과정에서 맞딱뜨리게 되는 고난을 과연 이들이 어떻게해서 해쳐나갈지도 기대를 하게 만들었다.

단지 설정 뿐 아니라 이야기도 꽤 흡입력이 있어 빠져들어 볼 수 있었다.

문제는 그게 중반 이후 마치 작가가 바뀐 것처럼 뚝 끊어진다는 거다. 이야기가 크리쳐물로 바뀌게 되는 과정과 결과가 너무 허술하기 때문이다.

현실성을 높이려는 듯 의학적, 생물학적인 이야기를 풀어놓은 것부터가 나빴다. 그런다고 딱히 독자가 공감할 수 있는 현실성이 생기는 것도 아닌데, 무슨 학습서 마냥 설명을 장황하게 해서 어색하기만 했으며, 미지의 생물을 접하는데서 느끼게 되는 알수 없는 공포감을 완전히 죽여버리기까지 했다.

그때까지 나름 잘 끌어왔던 인간관계나 미스터리까지 허망하게 해소해버린 것도 안좋다. 마치 이제 크리쳐물을 시작할 거니까 미스터리는 끝내야겠다는 듯이 후다닥 뱉어내버렸는데, 그게 기껏 잘 보고 있던 독자를 확 김 세게 만든다.

심지어 그래놓고 나온 것이 썩 만족스럽지도 않았으니. 그 전까지는 나름 그럴듯 했던 이야기가 크리쳐물로 넘어와서는 ‘뭐?’하고 의문스러운 부분을 여럿 노출해서 흡입력까지 크게 떨어졌다. 그러다보니 중반 이후로는 반쯤 엔딩을 보기위해 읽어나가게 되기도 했다.

기왕 미스터리를 넣을 거였으면 그걸 끝까지 살렸어야지. 아니라면 처음부터 순수하게 크리쳐에 대한 미지만으로 극의 긴장감을 끌어올리던가.

너무 욕심이 많았던 건 아닐까. 범죄 미스터리에 모험, 범인찾기 류의 서스펜스와 스릴러, 거기에 크리쳐까지 여러가질 넣었지만 그것들을 모두 부분부분 보여주었을 뿐 하나로 섞어내는데는 실패한 것 같다.

극을 시작해서 엔딩까지 이어지는 전체 이야기 구성 자체는 그렇게 나쁘진 않았다. 에필로그 역시 그렇다. 다만 그 사이사이를 채우고 있는 세부 완성도가 아쉬울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