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입자들’은 택배기사를 중심으로 벌어지는 일들을 그린 하드보일드 소설이다.

표지

이야기는 한 남자가 행운동을 담당하는 택배기사가 되면서 시작한다. 그는 낯선 동네를 오가며 다양한 사람들과 마주치게 되고, 그들과 엮이면서 이상한 사건들에 휘말리게 된다.

이 소설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문체다. 담백하다못해 조금은 딱딱하게 느껴지기도 하는데, 이게 단지 몇몇 부분에서만 그러해서 어설픈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된 통일감을 보이기 때문에 이 소설을 설명하는 특징 중 하나로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주인공으로 내세운 인물의 성격도 그런 문체에 잘 어울린다. 보통 사람이라면 크게 당황할만한 일들을 마주치면서도 별 특별할 것 없다는 듯 받아들일 뿐 아니라 농담까지 던지는 모습은 이 남자가 얼마나 거친 삶을 살아왔을지를 짐작케 해 그의 과거를 더 궁금하게 만들기도 한다.

택배기사라기엔 꽤나 독특한 주인공이 내뱉는 말들은 냉소적인데다 신랄하기까지해서 단지 불만을 내뱉거나 비꼬는 걸 넘어 세태를 비판하는 모습도 보인다. 이게 이 소설을 조금은 사회소설처럼 보이게도 한다. 그것들 중에는, 주변에서 흔한 택배기사를 주인공으로 한 만큼, 당장 나 개인과 맞닿는 이야기도 있어서 생각보다 공감점도 높다. 그래서 이야기를 보는 중간중간 그렇게 던져지는 주제들을 생각해보게도 된다.

비꼬기가 생활화되어있는 주인공의 대사는 은근히 웃음을 자아내기도 하는데, 그 대부분은 유쾌한 것과는 좀 거리가 있는 씁쓸한 웃음이다. 책 속 이야기와 더불어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이게 꾸준하게 죽 이어져서 마치 블랙코미디 연속극을 보는 느낌도 준다.

주인공의 대사 등은 다른 작품에서 온 것들이 많은데, 그 많은 오마쥬들은 아쉽게도 아는 사람만 알만한 것들이라 해당 경험이 없는 사람에겐 무용지물로 그치기 쉽다. 그래도 그게 어색하게 튀만큼 부자연스럽게 삽입된 것은 아니라서 딱히 모르고 본다해도 별 상관은 없지 않을까 싶다.

주인공이 만나는 여러 인물들과 그들로 인해 겪게되는 사건들을 적당히 연결하는 것도 나쁘지 않았는데, 그렇다고 그게 복잡하게 얽혀 하나의 큰 이야기로 맞물리는 것 까지는 아니어서 조금 아쉬움이 남기도 한다. 많은 일들이 벌어지긴 하지만, 결국엔 택배기사 일상물 정도에 머무르기 때문이다.

주인공을 흐릿하게 그리는 것도 썩 좋지만은 않았다. 여러 사건들을 대하면서 하는 말이나 행동들을 통해 그가 어떤 특별한 경험과 능력을 가진 사람임을 짐작케 하는 것은 나쁘지 않았지만, 끝까지 명확하게 어떤 사람인지 보여주지 않고 끝나버리기 때문이다. 이런 묘사는 연작 소설에서나 괜찮은 것이지, 다음 이야기로 이어질 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는 그저 채 수습하지 않은 것으로 보이기 십상이다.

그래도 종합적으로는 꽤 만족도가 높았는데, 보면서 절로 ‘하드보일드’라는 걸 떠올리게 할 정도로 장르적 완성도가 상당했기 때문이다.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읽어볼만한 소설이다.

다만, 띠지 문구나 ‘추리/미스터리’로 분류한 것을 보고 그런 소설을 기대하지는 않아야 한다. 전혀라고 할만큼 상관이 없기 때문이다. 미스터리라고는 기껏해야 주인공의 정체 정도인데다, 그것도 딱히 주요하게 다루지 않기 때문에 사실상 미스터리는 없다고 봐야한다. 나도 처음엔 그런 장르인줄 알았다가 후반에 이르도록 그런 내용이 안나오기에 좀 벙쪘는데, 어그로에 낚여서 괜히 실망하지 않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