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 F. 바우마이스터(Roy F. Baumeister)’의 ‘소모되는 남자: 남녀차에 대한 새로운 사회진화적 해석(Is There Anything Good About Men?: How Cultures Flourish by Exploiting Men)’는 작금의 소위 페미니즘 시대, 여성우월 시대를 꿰뚫는 분석을 담은 책이다.

표지

현재는 좀 이상한 시대다. 모순적인 시대라고 해도 되겠다. 모든 방면에서 여성이 옳다고 부르짓으며 여성우월주의를 내세우고 여성을 위한 말과 행위들을 이어나가는데도 (심지어 그렇게해서 만들어낸 이득을 누리고 있는 이들조차도) 입을모아 가부장적인 남성우월사회라고 단정지어 말하기 때문이다.

처음 그러한 얘기를 들었을 때는 일견 그럴듯해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자라왔던 사회가 소위 바깥양반이라 하며 나가서 돈을 벌어오는 아빠라는 존재와 그의 경제활동을 중심으로 한 가부장제였던 게 사실이고, 여성을 향한 차별이나 편견이 있던 것도 또한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계속 듣거나 좀만 더 생각해보면 금세 이상하다고 느끼게 되는데, 실제와 주장 사이에는 극명한 온도차가 있기 때문이다.

책에서는 ‘가상 페미니스트’라고 이름붙인 자칭 페미니스트들은 마치 그러한 것들만이 있어 왔던 것처럼 왜곡해서 말한다. 그러나 막상 주변을 둘러보면 그러지 않는 경우도 있는데다, 그와는 다르게 남자를 향한 차별이나 편견이 있는 경우도 흔하게 볼 수 있다. 굳태여 발견할 필요도 없을 정도로 말이다.

그렇기에 개인적으로는 남자가 여성 위에 올라서있으며 그런 상하관계를 이용해 권력을 휘두른다는 주장에는 좀처럼 공감할 수가 없었다.

그나마 다다를 수 있었던 것은 여자를 차별할 뿐 아니라, 또한 남자를 차별하는 생각이었다. 그러나, 이를 주장하는데까지 이르지 못했는데, 이 생각에는 개인적인 경험에 의한 것이라는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것을 이 책은 논리와 통계같은 과학적인 방법을 통해 좀 더 그럴듯한 가능성과 주장, 그리고 반박을 일반적인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잘 설명한다. 당초 성평등을 목표로 일어섰던 페미니즘이 어쩌다 지금같은 꼴이 됐는지에 대한 얘기나, 남자와 여자 각각에 대한 분석 등도 꽤나 재미있다.

처음부터 저자가 얘기하고자하는 방향성이 애초에 갖고있던 생각과 유사했던지라 굉장히 공감도 할 수 있었고 그것을 하나씩 분석해가면 풀어낸 이야기들을 더 흥미롭고 재미있게 볼 수 있었던 게 사실이다. 이 책에 대한 나의 호의가 그렇게 객관적이고 대중적인 평은 아닐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러나, 호불호의 여부와는 상관없이 책에 담긴 내용들에 논리가 충분하고 기존의 것보다 훨씬 나은(그럴듯한) 해석을 보여준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개인의 성향이나 지금의 여성주의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느냐와는 상관없이, 남녀의 차이와 차별문제에 관심이 있다면 꼭 한번 읽어보면 좋은 책이다.

이 리뷰는 이북카페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