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르한 쇤메즈(Burhan Sönmez)’의 ‘이스탄불 이스탄불(İstanbul İstanbul)’은 이스탄불 지하 감방을 배경으로 네 남자들이 풀어내는 이야기를 담은 소설이다.

표지

책을 펼치면 먼저 아름다운 표지와 극심하게 대비되는 어두칙칙한 분위기에 먼저 놀라게 된다. 남자들이 견뎌내야만 하는 고문들은, 그 상세를 전혀 힘주어 묘사하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실제 경험담을 녹여낸 듯 생생해서 마치 나 역시 그들과 함께 있으며 같은 경험을 공유하는 것같은 느낌마저 들게한다.

그렇게 심각한 상황에 처해있는데도 이들이 만나서 하는 얘기는 전혀 현재 상황에 대한 불만이나 억울함 호소 또는 고통을 토로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전혀 상관없는 환상적인 이야기, 때론 웃기는 이야기들도 하며 감방 생활을 견딘다. 혹시라도 자기들이 내뱉은 말들이 어떻게 불리하게 작용할지 몰라서다. 서로를 보호하기 위해서란 얘기다.

이는 또한 이야기를 통해 마치 지옥과도 같은 현실을 버텨내려고 하는 것이기도 하다. 개인적으로는 이게 너무 크게 보였다. 그래서, 마치 아라비안 나이트가 그랬던 것처럼, 다양하고 흥미로운 이야기도 여럿 하는데도 불구하고 좀처럼 그걸 순수하게 문학으로서만 즐길 수는 없었다.

소설에 담긴 이스탄불의 여러 모습들이 썩 유쾌하지만은 않아서 더 그렇다. 마치 언젠가의 과거를 보는 듯한 모습들은 이스탄불이 겉으로 보이는 것과는 얼마나 다른 속내를 가지고 있는지를 알게 한다.

등장인물들이 자신들에 대한 이야기를 꺼리고 현실과 경험, 허구와 환상이 뒤섞인 듯한 이야기를 해서 그런지 이야기가 조금 어렵게도 느껴진다. 어디까지가 이들의 진짜 이야기이고, 어디까지가 허구로 만들어 냈거나 또는 바램 등을 담은 상상인 것인지 명확하게 선을 그어주지 않기 때문이다. 일부러 독자의 해석 여지를 남겨둔 것도 그렇다. 똑떨어지는 이야기를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조금 불만스러울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