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란하지 않아도 괜찮아 1’은 동명의 네이버웹툰 연재본 1~30화를 묶은 단행본이다.

표지

이 만화 속 등장인물들은 보통의 소설이나 영화속 주인공들이 그러는 것처럼 반짝이고 그래서 찬란한 젊음을 만끽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오히려 보기에 따라서는 심각하다고 할 수 있을만한 결함을 안고 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겉으로 보기에는 전혀 그런 것 같지가 않아서 오해를 받기도 한다.

그런 그들이 모여서 자아내는 이야기도 보통의 청춘물과는 좀 다른다. 그들에게선 딱히 뜨거운 열정이 느껴지지도 않으며, 뻑적지근한 목적의식이나 그를 추구하는 넘실대는 의지가 보이지도 않는다.

그렇다고 이들이 한숨을 절로 쉬게 만드는 잉여들이냐 하면, 그런 것과는 또 거리가 멀다. 옆에서 보기에는 비록 심심해보일지언정 그들의 하루하루는 그들 나름대로 치열하고 그들이 나아가는 목표 역시 이루고 나서는 충분히 뿌듯해 할만한 것이다.

그런데도 처음부터 끝까지 좀 심심하다 싶은 느낌이 드는 것은 저자가 어떤 이야기나 장면에도 별 힘을 넣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건 심지어 각각의 개인사를 다룰때도 마찬가지여서, 모두가 결코 평범하지 않은 사연을 가졌는데도 불구하고 마치 그게 평범한 것인냥 조용히 흘려 읽게 만든다.

이런 일부러 가라앉힌 듯한 면모는 작화도 마찬가지다. 쨍한면을 모두 죽이고 부연 색감으로 일관한 것이 묘하게 칙칙한 현실을 연상케한다.

컷 분할이나 말풍선 처리 등 작화 능력에서 아쉬운 부분도 꽤 있기 때문에 이런 점들이 애초에 의도한 연출인 것인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어쨌든 이야기와 주제에 잘 어울리기 때문에 결과적으로는 긍정적이다.

망해가는 연극부의 마지막 공연을 한다는 시놉도 괜찮으며, 연극에 경험이 없는 주인공을 끌어들이면서 연극 관련된 이야기들을 하는 것도 꽤 괜찮게 그렸다. 이야기 전개 자체는 의외로 설렁한 면이 보이기도 하나 전체적으로 큰 굴곡이 없는 잔잔한 드라마이기에 그런 면도 딱히 부정적으로 두드러지지는 않았다.

아쉬운 건 단행본 편집이 별로라는 거다. 웹툰을 거의 그대로 잘라붙여 넣은 형태로 만든데다가, 각 컷의 크기도 작아서 보기에 썩 좋지 않다. 아마도 연재를 할 때 웹툰 연재에만 맞게 낮은 해상도로 그렸기 때문에 따로 편집하거나 크기를 키워 싣기 어려웠던 게 아닌가 싶다. 그래도, 다시 그리는 것 까지는 아니라 하더라도, 리마스터링 정도는 했으면 어땠을까 싶다.

이 리뷰는 문화충전200%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