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터 스콧(Walter Scott)’의 ‘아이반호(Ivanhoe)’는 십자군 원정 시대를 배경으로 색슨 족 기사 아이반호의 이야기를 그린 역사소설이다.

표지

역사소설답게 이 소설은 배경이 된 12세기 잉글랜드의 문화와 삶, 그리고 당시에 벌어졌던 사건들을 꽤나 생생하게 그려내고 있다. 보고있자면 당시의 광경이 점차 머릿속에 차올라 마치 영상물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을 들게 할 정도다. 그간 영화 등에서 봤던 장면을 떠오르게 하는 것도 있어 더 그랬던 것 같다.

예를 들면, 이야기가 시작하면서 펼쳐지는 마상 창술 대결이 그렇다. 마상 창술 대결은 이미 여러번 영상화 됐기에 그 상세한 장면들을 떠올리기가 더 쉬웠는데, 정체불명의 기사가 연전연승하는 모습 등은 개인적으로는 재미있게 봤던 영화 ‘기사 윌리엄(A Knight’s Tale, 2001)’을 생각나게 하기도 했다.

소설은 이렇게 한 기사의 무용담을 얘기하는가 하면, 아리따운 여인과의 로맨스를 선보이기도 하고, 계급과 민족간에 벌어지는 차별 같은 사회적인 면을 다루기도 한다. 그러면서 거기에 은근히 풍자를 섞어놔서 진지한 듯 하면서도 묘하게 웃음이 나게 만든다. 그게 이 소설을 좀 더 유쾌하게 볼 수 있게 만들어준다. 이게 역사소설의 진지함을 가린다고 할 수도 있으나, 개인적으로는 이런 해학적인 면이 꽤 좋았다.

물론 이건 기본적으로 볼만한 이야기와 매력적인 등장인물들이 나오기 때문이다. 저자는 특히 몇몇 인물들의 성향을 과하게 부풀려서 부각시켰다. 아무리 광대라지만 자기보다 훨씬 높은 직위의 사람에게도 겁도없이 입을 터는 왐바가 그렇고, 유대인에 대한 민족성과 시선을 거의 극한까지 보여주는 듯한 아이작이 그렇다. 그렇다고 이런 것들이 지나치다 싶게 보이는 것은 아니고, 그보다는 그들의 개성을 좀 더 두드러지게 그린 것에 가까웠다. 이런 인물들의 모습을 보는 것도 재미있었다.

아이반호는 이미 유명한 고전문학이다보니 이미 여러곳에서 번역본이 나온 소설이기도 한데, 현대지성에서 나온 아이반호는 국내에서 유일한 완역본이라는데 가치가 있다. 그래서 때론, 완역을 중시해서인지, 한국어로선 어색한 문장도 눈에 띄기도 했는데, 그게 소설을 읽는데 과하게 거슬린다거나 재미를 해칠 정도까지는 아니었다. 그래도 좀 더 매끄럽게 마무리 할 순 없었나 아쉬움은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