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도 게펜(Iddo Gefen)’의 ‘예루살렘 해변(Jerusalem Beach)’은 다양한 인간들의 이야기를 그린 단편 소설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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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집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제목 때문이었다. 예루살렘은 사막 위에 있는 것 아니었나? 왠 해변? 싶었기 때문이다.

재미있는 사실은 예루살렘 해변이라는 게 실제로 있다는 거다. 그것도 호숫가 같은 게 아니라 진짜 해변, 즉 바닷가다. 다만, 예루살렘에 있는 게 아닐 뿐이다. ‘예루살렘 해변’이라는 곳은 지중해 주변에 있는 해변 중 하나로, 텔아비브에 있다.

소설 제목인 예루살렘 해변은 그처럼 이름뿐인 게 아닌 진짜 예루살렘에 있는 해변을 일컫는 것이다. 심지어 눈이 내리는 해변. 그러니 소설 속 인물들도 대부분 그것을 황당한 소리로 여기며, 그것은 그곳을 갈구하는 그녀와 마지막을 보내고 있는 노인에게도 곤란으로 다가온다. 결코 찾을 수 없는 곳, 그런데도 찾아 해메는 두 사람의 이야기가 어쩐지 안타까워 보인다.

‘태양 근처 행성에 사는 여자’나 ‘사막을 기억하는 방법’은 꽤 흥미로운 SF다. 세부 묘사도 꽤 잘해서 의외로 현장감도 좋다. ‘101.3FM’이나 ‘데비의 드림 하우스’의 경우 얼핏 SF 같지만 그보다는 공포 문학같은 일종의 판타지에 가깝다. 굉장히 일상스러운 공간에 유독 튀어나온 소재를 하나 꽂고 그로인해 벌어지는 일을 그려 일상감을 유지하면서도 어떻게 될지 모를 사건에 흥미를 갖게 한다. 딱히 장르를 가리지 않고 흥미로운 이슈나 소재도 잘 이용하는 듯하다.

그러나, 이야기는 그렇게 재미있지는 않다. 너무 철학적인 것에 비중을 두는가 하면, 잘 나가다가 느닷없이 끝나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조금은 실험적인 느낌도 든다. 개중엔 영화 판권이 팔린 것도 있다는데, 대중성이나 오락성을 갖추려면 꽤 각색을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이런 미묘한 감상이 남는 것은 수록작 대부분이 이야기 자체가 아니라 그를 통해 그려낸 인간에 관한 것을 보여주려고 하기 때문이다. 개인의 내면이나 관계, 때론 사회나 시스템에 대해서 다루면서 생각할 거리를 남기는데, 그런 것들을 짧은 글 안에 담아서 그런지 몇몇은 좀 난해하다.

이 리뷰는 북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