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지 2’은 직지의 비밀을 밝히는 이야기를 그린 소설이다.

표지

1권은 아쉬움도 많았지만 그래도 나름 볼만하기도 했다. 그래서 우려는 되지만 2권에서 이야기를 어떻게 마무리지을지 나름 기대가 되기도 했다. 그런데, 그랬던 2권은 막상 열어보니 시작부터 끝까지 거의 실망으로 가득차 있었다. 이야기 전개는 물론 내용까지 영 마뜩잖아서다.

소설 내용을 담고 있으므로 주의 바란다.

당장 한글 창제 이야기부터가 그렇다. 직지 이야기를 하다가 한글 창제로 넘어간 것도 좀 뜬금 없었는데, 심지어 신미대사 한글 창제설이라니. 단지 불교계만이 내세우는 잘못된 설이라는게 중론인데, 그걸 여기서까지 보게 될 줄 몰랐다.

소설은 거기에 한 술 더 떠 한글 모양(말하자면 폰트)을 만든자로 가상의 인물인 ‘은수’를 등장시키기까지 했다. 아무리 금속활자가 전례된 과정을 그려내기 위한 것이었다고 하지만 너무 무리했던 것 아닌가.

2권의 거의 대부분을 꽉 채우고 있는 은수의 이야기가 과거를 ‘상상’해서 그려낸 일종의 판타지라는 것도 좀 그렇다. 꼭, 이세계물 중 현대의 지식을 이용해 과거 수준의 인간들을 가르친다는, 일종의 ‘계몽물’을 보는 것 같았다. 그건 이 소설이 현실과 역사를 근거로 한 이야기라는 것에도 큰 타격을 준다.

게다가 작가는 실제 사실 뿐 아니라 책 속에서 얘기했던 것들과도 모순이 있는 이야기를 지어냈다. 금속활자의 전래 순서 등이 그렇다. 그런데도 자기 상상에 만족했는지 ‘기연’이 그걸 마치 역사적 사실인 것처럼 구는데는 실소가 나온다.

거기에 2권에서는 1권에서 그나마 깔아뒀던 미스터리마저 그대로 뭉개버린다. 마치 베일에 쌓여있는 듯 했던 비밀들이 허무하게 풀려버리는데다, 사건의 배경 역시 황당하게 뱉어내기 때문이다. 납득하기 어려운 단체는 둘째쳐도, 대체 그 황당한 이유로 그런 사건을 저지른다는 게 말이 되는가. 반도체 등과 엮는데서는 거의 이야기를 포기했다.

직지 뿐 아니라 가톨릭과 금속활자에 얽힌 이야기 등은 분명 흥미로운 점도 많았다. 하지만, 애초에 국뽕으로 해석될만한 소재 때문에라도 더 역사 기록과 실제 인정된 연구에 기반한 사실을 이야기하고 거기에 충분히 그럴듯하다 할만한 픽션을 덧붙였어야 했는데, 아쉽게도 저자는 그 어떤 것도 제대로 해내지 못했다.

결국, 책을 보고 남는 건 직지와 한글(그리고 어쩌면 반도체)에 대한 저자의 다분히 국뽕적이고 정치적인 주장 뿐이다. 그러한 판타지물을 보고싶은 게 아니라면 썩 추천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