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요괴 추적기’는 사방에 여러 신이 있는 시대에 요괴를 쫓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소설이다.

표지

만약 전형적인 퇴마 판타지를 기대했다면 생각과는 많이 다를 것이다. 애초에 작품의 주요 인물인 ‘구랍 법사’부터가 전혀 그런 소위 능력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도 엄연히 판타지에 가까운 고독이나 염매같은 저주 술법이 등장하고 그게 꽤나 효과를 본 것처럼 그리는 장면도 있어 어느정도는 판타지적인 요소 역시 혼존하는 게 아닌가 싶을 수도 있으나, 그것을 분명하게 그리지는 않으며 오히려 믿음에 의해 만들어진 그릇된 인식이라고 해석할 여지도 있기에 소설은 겉 모습과는 달리 꽤나 판타지색이 옅다.

사건과 이야기의 분위기 뿐 아니라 주인공도 그렇다. 소설에서 구랍 법사는 한결같이 일종의 사기꾼과 같이 묘사되는데다, 심지어 그가 좀 예외적인 방법으로 법사가 된 것을 드러내며 더더욱 능력자와는 거리가 멀음을 분명히 한다.

그렇다고 인간으로써 무능하게까지는 그려지지 않는데, 그것이 신을 믿는 시대의 벌어지는 인간들의 문제를 법사로써 일을 의뢰받은 말빨밖에 없는 무능력자가 특유의 재치와 상황판단으로 은근히 사건을 잘 파헤쳐내는 판타지를 가장한 해결사물 처럼도 보이게 한다.

허당같아 웃음을 자아내면서도 은근히 적절한 활약도 보이기에 이야기는 꽤 볼만하다. 중간 중간에 던져둔 단서들을 어떻게 그러모을지도 나름 기대하게 한다.

주요 내용을 일부 포함하고있으니 주의 바란다.

그렇게 다다른 결말부는 나름 감탄스러우면서도 또한 아쉽기도 하다.

감탄스러운 것은 이제까지의 이야기나 단서에서 일관되게 이어지는 그럴듯한 이야기를 했기 때문이다. 결말을 알고나면 그동안의 힌트가 얼마나 대놓고 남긴 것이었는지도 새삼 알 수 있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은 처음부터 스포를 당했었다는 걸 생각조차 안하고 있었을 것이다.

아쉬운 것은 역시 결말이 좀 쌩뚱맞은 면이 있다는 거다. 이러면 데우스 엑스 마키나와 다를게 없지 않은가. 이야기의 그럴듯함도 이 부분에서는 크게 떨어지며, 중요한 의문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고 끝내기에 결국 마뜩잖음을 남긴다. 요괴를 나름 재미있게 해석하기는 했다만, 그것만으로는 좀 부족했단 느낌이다. 인간의 입장이 아닌 요괴의 이야기 자체에는 그만큼 허점이 많았기 때문이다.

조금 다르게, 이야기가 결국 일종의 판타지의 끝난 것도 아쉬웠다. 마지막에 다다르기 전까지는 반대로 판타지란 없다는 것을 내비치며 꽤나 현실적으로 풀어낸 요괴와 방사 이야기를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그랬던 게 그런 결말로 이어지게 되면서 좀 빛이 바랜 느낌이 든다.

근본이 어긋나있기 때문에 허당같으면서도 은근히 날카롭게 사건을 분석하고 파헤치는 사기꾼 (자칭)법사 캐릭터도 은근 괜찮아서 그의 얼렁뚱땅 사건 해결록을 그리는 식으로 갔어도 나름 재미있었을 것 같다.

이 리뷰는 문화충전200%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