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티나 로렌(Christina Lauren)’ 듀오의 ‘조쉬와 헤이즐이 절대 사귀지 않는 법(Josh and Hazel’s Guide to Not Dating)’은 설정과 구성, 전개와 묘사가 상당히 훌륭한 로맨스 소설이다.

표지

어떻게 보면 이 소설은 조금 소수자의 이야기를 그린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왜냐하면 주인공인 ‘헤이즐 카밀 브래드포드’가 굉-장히 독특한 인물이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찐괴짜랄까. 그래서 얼핏 유쾌하고 재미있어 보이기도 하지만, 반대로 민폐스럽고 부끄럽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런 그녀가 굉장한 사랑 고백을 했던 또 다른 주인공 ‘조쉬’와 반대로 써논 제목에서부터 빤하게 예상되는 결말을 향해가는 이야기를 담은 이 소설은 실로 설정과 구성, 전개와 묘사가 훌륭하다.

각 장을 헤이즐 또는 조쉬 시점의 이야기로 설정하고 각자의 시점에서 1인칭으로 진행하면서도, 하나의 시공간축만을 사용함으로써 어디까지나 단일한 이야기를 따라가는 것임을 분명히 한 것. 그를 통해 두 사람의 캐릭터를 더욱 극명함게 보여주는 것은 물론 서로의 관점과 생각을 이입하며 볼 수 있게 한 것. 이들이 얼마나 서로에게 진심인지를 알게 함으로써 순수한 로맨스를 보여주는 것. 그러면서도 어떻게 그것이 서로 어긋나는지를 보여줌으로써 기분 더럽지 않은 갈등을 끌어내는 것. 헤이즐과 그녀의 엄마인 ‘에일린’ 등 서로 비슷하면서도 다른 캐릭터를 넣어 차이를 더욱 부각시키는 것 등등. 하나씩 꼽자면 소설 대부분을 꼽아야 할 정도다.

헤이즐의 거침없는 성격에 걸맞게 굉장히 야한 신도 여럿 나오는데, 이것을 단순한 자극거리로 소비하는 게 아니라 둘의 감정이 그만큼 고조되고 가까워졌다는 걸 알 수 있게하는 요소로 적절하게 사용한데다, 다음 단계라는 갈등요소로 이어지는 것도 좋다.

조쉬가 한국계라는 것도 단순한 설정에서 그친 것이 아니라 조쉬의 연애관이라던가 가족과의 관계라던가 하는 것으로도 잘 녹아있다. 얼핏 단순한 성향이나 성의 문제로 비칠 수 있는 것도 한국 문화를 알고 보면 무슨 의미를 담고 있는지 더 깊게 와닿는 것도 있어 한국계 작가가 썼나 싶을 때도 있다. 놀랍게도 한국인에게 상당히 공감점이 높은 소설이란 얘기다. 그렇다고 완전 한국식도 아니고 양식과 둘이 잘 섞여있는데, 이게 이 소설을 좀 더 매력적으로 느끼게 한다.

감정 표현과 대사도 기가막히다. 뻐근한 느낌, 절절한 심정, 안타까움, 얼마나 사랑하는지 등이 실로 잘 느껴진다.

조쉬 남매가 현실남매같지 않게 너무 우애좋은 점이라던가, 조쉬가 너무 완벽하게 그려진 점 등은 좀 현실미가 떨어져 보이긴 하다. 그러나, 조쉬 남매가 어디까지나 한국계지 한국인은 아니란걸 생각하면 딱히 이상할 것까진 아니며, 조쉬에 대한 묘사가 상당수 헤이즐의 콩깍지 필터를 거친 것임을 생각하면 충분히 이해할만하고 그렇게 그려진게 로맨스를 더 살려주는 것도 사실이다.

후반부까지 더블 소개팅이 이어지 때문에 가볍게 버려지는 인물들이 많고, 그들 대부분이 이 둘을 부각시키기 위해 다소 과장되게 설정되기도 했다만 처음부터 둘의 관계에 집중을 하고있기에 크게 신경쓰이진 않는다. 어쩌면 정말로 잘 될법한 사람은 일부러 소개해주지 않았다는 식으로 생각할 여지도 있고.

처음에 소수자의 이야기같기도 하다고 한 것은 헤이즐을 그만큼 특이한 인물인 것처럼 그렸기 때문으로, 그 때문에 상처받기도 하고 소외되기도 했던 헤이즐의 특이함을 유별난 것이 아닌 특별한 것으로 받아들임으로서 해소하는 것은 꽤나 전형적인 공식이기도 하다.

불완전해 보였던 것이 서로를 온전히 인정하고 받아주는 상대를 만남으로써 완전해지게 된다는 것도 ‘외눈박이 물고기 비목’ 등으로 얘기되는 동화적인 로맨스 판타지를 떠올리게 한다.

독특한 요소를 확실하게 살리면서도 로맨스의 기본도 잘 지킨 소설이다.

이 리뷰는 이북카페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