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니(猫腻)’의 ‘경여년 상1: 시간을 넘어온 손님(庆余年 1)’은 2019년 방영했던 동명의 중국 드라마 원작 소설의 첫권이다.

표지

이 소설은 전형적인 판타지 무협 소설, 그 중에서도 이세계 환생물이다.

‘또세계물’이라고 노골적으로 비하까지 섞어 칭하는 이 장르물은, 워낙에 많이 나와서 피로감이 느껴지는 것도 문제지만, 가장 큰 문제는 작가가 대부분 멍청하기 때문이다. 어설프기 그지없는 시대배경하며, 말도 안되는 소위 치트 능력을 이용해 깽판을 치는 이야기도 그러해서 그래도 참고 봐줄만한 상식 선에서의 전개나 개연성은 찾기 어려울 뿐더러 어이없는 캐릭터 구축 역시 절로 실소를 나오게 만든다. 단순한 설정과 캐릭터에만 의존하는 만큼 표절 문제도 심하고. 말 그대로 ‘킬링타임용’이라고 하는 것도 그래서다.

그런 것들과 비교하면 이 소설은 모든 면에서 조금씩 더 낫다. 장르 문학의 특성상 크게 보면 설정과 흐름에서 유사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 어찌보면 사소해보이는 차이들이 주인공의 생각이나 행동, 이야기를 더 그럴듯하게 만들며 그게 결과적으로는 이야기의 질을 크게 높여준다.

읽다보면 저자가 일부러 그런 또세계물에서의 흔한 전개를 배제하기위한 이야기를 꺼내는 것도 볼 수 있는데, 뒷 얘기를 위한 일종의 복선으로 쓰면서도 은근히 또세계물을 돌려까는 것처럼도 보여 좀 재미있었다. 이것은 또한 저자가 그런 이야기는 쓰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실제로 이 소설은 오로지 주인공의 활약상만을 위해 만들어낸 억지스런 세계와 인간들이 등장하는 게 아니라, 그 자체로 완성되어있는 세계관과 인물들이 있는 곳에 주인공이 떨어진 것 같은 모양새를 하고 있다. 그것을 어린 주인공이 커가면서 조금씩 알아가고, 그 한복판에 뛰어드는 이야기를 그린 것이다. 그래서 일종의 역사소설로서의 면모를 보이기도 하는데, 이게 이 소설의 이야기가 훨씬 더 복잡하게 잘 짜여져 있다는 인상을 받게 한다.

이 리뷰는 북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