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니(猫腻)’의 ‘경여년 중1: 양손에 놓여진 권력(庆余年 3)’은 2019년 방영했던 동명의 중국 드라마 원작 소설의 셋째권이다.

표지

기본적으로 이세계 환생물인 이 소설은 그저 그런 킬링타임용 판타지 무협이 아니라 다양한 면모를 지니고 있다.

단지 주인공의 활약상을 중심으로 주변 인물들을 필요에 따라 등장시키는 게 아니라 주인공이 살아가는 세상과 그곳 인물들을 제대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덕분에 왕실을 중심으로 한 이야기는 한편의 정치 드라마로 보이기도 하고, 여러 인물들과 나라가 얽히면서 만들어내는 서사는 역사소설로서의 면모를 보이기도 한다.

그리고 물론 이 소설의 태생이라고 할 수 있는 이세계 환생물과 초인적인 능력을 발휘하는 무협물로서의 면모 역시 잃어버리지 않는다.

이렇게 여러 면모를 한번에 담아내려는 이야기는 자칫하면 어느 것도 충실하지 못한 것이 되어버리기 쉽다. 다른 면모를 보여주기 위해서는 그만큼 상세를 포기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런 처리는 이 소설에서도 여럿 사용되었다. 전후 사정을 복선과 그것을 등장인물들이 깨닫는 장면으로 전하는 대신 서술을 통해 간략하게 정리하는 것이 그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극의 재미를 해칠만큼 과하거나 하지는 않기 때문에 성의없이 대충 퉁치고 넘어간다기 보다는 빠른 전개를 위해 이야기를 압축한 것처럼 보인다.

개별 장르라 할 수 있는 면모들도 꽤나 잘 넘나든다. 주인공의 활약을 중점으로 보여줄 때는 전형적인 초인 무협물의 모습을 보이다가도, 일이 그렇게 흘러가게 된 배경이나 뒷 공작 등을 풀어낼 때는 정치 역사물의 모습을 띄는 등 적절하게 모습을 바꾼다. 힘이 있다고 해서 무조건 힘으로 밀어 붙이지도 않고, 권력을 휘두르거나 정치력을 발휘하는 것 역시 마찬가지로 정도를 지키는데 그게 이야기가 무리하게 보이지 않게 해준다.

사면초가에 놓인 것 같으면서도 해쳐나가는 것이나, 맨날 지는 것 같지만 따져보면 앤간한 곳에 다 세력이 뻗쳐있는 또 다른 모습을 보이기도 하는 등 등장인물들끼리의 얽힘과 그들이 만들어내는 이야기도 흥미롭다.

어떤 이야기는 독자가 예상할 수 있게 깔아두고, 어떤 건 어떻게 풀어낼지 궁금하게 만들기도 하는데 그런 요소도 소설을 재미있게 만든다.

이 리뷰는 이북카페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