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니(猫腻)’의 ‘경여년 중2: 천하를 바라본 전쟁(庆余年 4)’은 2019년 방영했던 동명의 중국 드라마 원작 소설의 넷째권이다.

표지

현대의 인물이 기억을 가진채 과거를 닮은 일종의 이세계에 가 활약하는 이야기를 그린 이 소설은 주인공의 활약상 뿐 아니라 그 주변 배경과 인물들도 신경써서 그려낸게 강점이다. 그가 몸 담고있는 경국과 그 주변국들 사이의 이야기나 왕과 그 동생, 그리고 황자들 사이에서의 권력다툼 등은 이야기의 주요 줄거리이기도 한데 이것들이 빼어난 주인공의 활약을 그린 무협물로서의 면모와 함께 적절한 수준으로 잘 섞여있어 이야기를 풍족하게 해준다.

저자는 이런 여러 이야기를 빠르게 보여주기 위해서 축약을 사용했는데, 덕분에 긴 분량에도 불구하고 지루함이 느껴지지 않는다. 명시적인 서술을 통한 정리를 많이 사용했지만 그러면서도 주요한 것은 떡밥을 통해 풀어내기도 해서 이야기가 단순하게 느껴지지도 않는다. 일종의 정치물이기도 한만큼 뒤에서 긴 기간동안 조금씩 쌓이는 정치 공작들이 결국 사건으로 발화하는 것도 잘 그려서 보는 맛이 있다.

빠른 전개 방식을 취한만큼 읽을 때 속도감도 있으며 실제 이야기 전환도 빠르고 큰 편이다. 이것은 이 소설 시리즈의 가장 큰 장점이기도 하다. 큰 사건이 일어나고 나서 이제는 조금 진정이 되었는가 하면 어느새 더 큰 사건이 진행되어 한복판에 서있는 걸 보게 되어 지루할 틈이 없다.

특히 이번 권에서의 황실 내 권력 구도 변화는 그 전까지의 이야기를 덮어버릴 정도로 큰 것이어서 흥미로웠다. 그러면서도 그 이전에 어느정도 암시해둔 바가 있었기 때문에 너무 급작스럽지는 않아 이야기를 잘 풀어나간다는 생각도 하게 한다. 이번 사건은 또한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지를 더욱 궁금하게 만들기도 했다.

경여년은 분량이 꽤 많은데도 불구하고 출간 속도가 상당히 빠른데, 그래서인지 번역 질에서는 아무래도 아쉬운 점도 눈에 띈다. 전체적으로 내용을 이해하는데는 무리가 없으나, ‘이건 중국어를 번역한 것’이라는 걸 느끼게 할만한 문장도 있고, 시대상이나 캐릭터와 어울리지 않거나 한국어에서는 사용되지 않는 표현 등도 좀 나오기 때문이다. 그것이 읽다가 종종 멈칫하게 만든다.

이 리뷰는 리뷰어스 클럽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