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피 드 빌누아지(Sophie de Villenoisy)’의 ‘행복한 자살되세요, 해피 뉴 이어(Joyeux suicide et bonne année!)’는 자살을 소재로 한 유쾌하고 따뜻한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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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은 꽤 민감한 문제다. 특히나 자살률이 높은 한국에서는 더욱 그렇다. 그런데 마치 자살을 옹호하는 듯한 모습이라니. 심지어 행복한 자살이라니, 대체 무슨 얘길까. 자살에 안어울리는 해피 뉴 이어는 대체 또 뭘까.

얼핏 주목을 끌려고 제목을 일부러 자극적이고 과장되게 지은듯 하지만, 실제론 전혀 그렇지 않다. 오히려 의외로 책 내용을 잘 요약한 것에 가깝다. 다만 실제로 전하려는 의미가 뭔지 알려면 조금 더 깊게 들여다봐야 할 뿐이다.

소설은 어머니에 이어 아버지까지 죽고 자신의 삶을 되돌아본 주인공이 적당한 시기에 자살하기로 결정하면서 시작된다. 그러면서도 괜히 심리치료사도 찾아가 얘기 나누고 그가 내주는 당황스러운 숙제들을 하나씩 해치우면서 점점 자신의 새로운 모습을 찾아가는가 하면, 한편으론 그를 통해서 원래 의도대로 자살에 대한 생각에 더 확신도 갖게 된다. 그런데, 갑작스럽고 우연한 만남을 가지면서 그제까지에 반전을 맞게 된다.

자살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것은 사실 그리 이상하지도 않고 심지어 낯선 것도 아니다. 특수한 경우이긴 하겠지만, 안락사가 그 대표적인 예다. 누구도 삶을 원하는 시기에 원하는 방식대로 시작하지는 못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최소한 끝이라도 원하는대로 맺고 싶은게 인지상정이다. 솔직히 앞으로의 삶에 고통과 괴로움밖에 남아있지 않다면, 그런 삶이라도 지속해야한다고 하는 것이야 말로 오히려 더 폭력적인 얘기니까 말이다.

소설의 주인공 ‘실비’의 결심도 어찌보면 그 연장선상에 있다고 볼 수 있다. 다만, 하나 간과한게 있다면 죽음이 무엇인지 그 실체를 제대로 알지 못했다는 거다. 그러니 시간을 갖고 자신의 삶과 죽음에 대해 차분히 돌아볼 수만 있다면 어쩌면 다른 선택을 할 수도 있을 거라는 건 충분히 짐작할 수 있는 것이었다.

다만, 소설에서는 그 계기가 너무 순식간에 명확하게 드러나서 마치 단지 그 사건 때문에 실비가 급작스럽게 마음을 바꾸는 것 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래서 그게 그녀의 깨달음과 그 일을 겪으면서 그녀가 하게되는 행동들이 다소 충동적이고 뜬금없게 보이게도 한다.

그러나 잘 보면 그건 그저 하나의 계기였을 뿐, 실제로는 그 전에 차곡차곡 쌓은 일이 있었기에 가능한 변화였다. 즉, 단순히 죽음을 직면한 후 느낀 공포로부터 도망가기 위해 그렇게 한 것이 아니라, 정말로 새로운 측면을 알았기 때문에 그런 것에 가깝다는 말이다. 그런데 그런 일들을 통해 느리지만 자연스럽게 깨달아 가는 것을 보여주는 대신 충격적인 사건을 통해 극적으로 바뀌도록 그리면서 그녀가 갑작스레 행동 변화를 보이게 만든 것은 좀 마뜩잖았다.

그 후의 행동도 비교적 그렇다. 그 이전이야 죽음을 염두에 두었기에 넘어갈만 했다면, 그 다음 일들은 꼭 그렇진 않았기 때문이다. 이런 점들이 약간의 감동 뒤에 오는 껄끄러움도 남겼다.

메시지도 확실하고, 그를 보여주기 위한 이야기도 나쁘지는 않다. 그러나 저쪽에서 이쪽으로 넘어오는 과정이 썩 매끄럽지 않은 점은 아쉽다. 영화화되어 개봉 예정이라고 하는데, 짧은 시간동안 이야기를 풀어나가야 하는 영화에 더 어울리는 이야기겠다는 생각도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