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야시타 나츠(宮下 奈都)’의 ‘신들이 노는 정원(神さまたちの遊ぶ庭)’은 남편의 성화에 1년간 도무라우시에 아이들 유학하며 겪은 일들을 담은 에세이다.

표지

‘도무라우시(トムラウシ)’는 홋카이도 가운데 위치한 산이다. 아이누(アイヌ) 말로 ‘꽃이 많은 곳’이라는 뜻이라는데, 그들이 워낙에 일본 본토와는 다른 문화를 가져서 그런지 그들이 부르는 지명마저도 가타카나로만 쓰는 게 눈에 띈다. 이것은 또한 그곳이 얼마나 많은 면에서 낯선 곳인지를 단적으로 보여주기도 한다.1

그런 곳에 갑작스럽게 가게 된다. 딱히 이득이 있어서가 아니다. 오히려 대출 등에서 손해를 본다. 그런데도 편안한 문명 생활이 있는 도시를 떠나 산촌인 도무라우시로 간 것은 ‘홋카이도의 웅대함을 느낄 수 있는 곳에서 살고 싶다’는 남편의 바람 때문이었다. 마치 어린아이 같은 남편의 얘기에 이것저것 얘기를 꺼내보지만, 이후 하는 말이나 생각들을 보면 저자도 사실 크게 반대할 생각은 없었던 것 같다. 심지어 애들도 눈을 반짝이며 좋아하는 데야. 그래서 산촌유학 제도를 이용해 1년간 도무라우시에서 살게 된다.

이들의 생활은 정말이지 만화 같고 시트콤 같다. 하는 행동에 대사, 마을이 돌아가는 상황은 물론, 심지어 저자의 머릿속까지 그렇다. 이는 저자가 산촌 생활을 때로는 무서워하고, 때로는 한탄스러워하기도 하지만, 그러면서도 유머러스함을 잊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자식들의 엉뚱함과 매 순간 터지는 츳코미(突っ込み)가 한숨이 새어 나올만한 상황에서도 오히려 웃음이 터지게 만든다. 그게 이들의 생활을 더욱 유쾌하고 좋아 보이게 한다.

산촌의 생활 모습을 그린 것 역시 꽤 볼만하다. 물론 사생활 문제도 있을 것이므로 그렇게 자세히 다루지는 않지만, 학교는 어떤 식으로 운영되고, 작은 마을에선 어떤 일들이 일어나는지, 또 이웃 관계는 어떠한지 등을 살펴볼 수 있다. 여기서는 생각보다 ‘옛 풍경’을 많이 볼 수 있는데, 현대 도시인들의 인간관계가 계속 부정적인 쪽으로만 가고 있는 것과는 반대돼서 은근히 기분이 참 거시기 하다.

이들이 그런 생활을 할 수 있었던 건 그곳이 그런 문화를 가진 곳이어서일까. 아니면 도시라는 때가 묻지 않은 자연을 품을 시골이라서일까. 아마 후자가 아닐까. 언젠간 나도 다시 자연과 함께하는 그런 생활을 하고 싶다.

  1. 일본어에는 같은 음을 표기하는 문자가 히라가나, 가타카나 2종류가 있어서 자국어를 쓸 때는 히라가나를, 외국어를 쓸 때는 가타카나를 쓴다. 즉, 아이누 말을 가타카나로 쓴다는 건, 그만큼 그들이 일본 본토와는 동떨어져 있음을 나타내는 거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