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사하라 나오토(浅原 ナオト)’의 ‘그녀가 좋아하는 것은 호모이지 내가 아니다(彼女が好きなものはホモであって僕ではない)’는 동성애자와 부녀자의 이야기를 그린 로맨스 소설이다.

표지

동성애자와 부녀자의 로맨스라는 것도 그렇지만, 주인공 소년인 ‘안도 준’의 설정도 꽤 독특하다. 이 소년은 일반적으로 떠올리는 동성애자에서도 좀 벗어나있기 때문이다.

더 정확하게는, 그런 것처럼 보인다. 스스로 동성애자임을 더 없이 실감하고 있으면서도 이성애자와 같은 삶을 꿈꾸기 때문이다. 이성과 교재하고, 결혼해서 가족을 꾸리고, 둘 사이에서 자식도 낳고, 그렇게 살아가다가 만족하며 눈을 감는 그런 삶을 바란다는 말이다.

그래서 처음엔 안도라는 개인이 특별한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막상 보면 볼수록 그의 그런 생각이 개인적인 성향에 의한 것이라기 보다 사회적으로 만들어진 것에 더 가까운 것처럼 보였다.

그러니까, 그의 얼핏 특이해 보이는 꿈은 사실은 그 자신이 정말로 바라는 것이라기 보다는 조금도 특별할 것 없는 ‘일반적인 삶’을 살고싶은 마음이 빚어낸 뒤틀린 꿈에 가까워 보였다는 얘기다. 모두가 그걸 ‘제대로 된 것’이라고 말하기 때문이다.

그 미묘한 압력은 안도가 오랫동안 ‘숨은 동성애자’로 살아오면서 느꼈을 고뇌의 크기나 그로부터 비롯된 평범에 대한 갈망을 짐작케 하기도 했다. 동성애자의 생각이나 심리 등을 꽤나 설득력있게 잘 그려낸 셈이다.

거기에 커밍아웃(Coming out)/아웃팅(Outing) 문제나 겉으로는 이해하는 척 하지만 실제로는 생리적인 거부감을 갖는 것 등 한번쯤 생각해볼만한 얘기들도 꽤 담아냈다.

그러나 그것들이 이야기와 잘 어우러지거나 깊게 생각해볼 수 있도록 짜여진 것은 아니다. 그냥 등장인물의 대사 따위를 통해 언급하고만 넘어가는 것도 많았다. 게다가 이런 이슈를 드러나게 한 인물을 제대로 그려내지도 못해서 그저 쓸데없이 과민반응을 보이는가 싶더니 불현듯 인간이 바뀐 것처럼 전혀 다른 태도로 돌변하는 좀 황당한 인물이 되고 말았다. 이야기의 세세한 부분에서는 아쉬움도 많았다는 얘기다.

안도를 둘러싼 이야기나 갈등의 해소를 판타지적으로 풀어낸 것도 그렇다. 당장, 종업식에서의 일만 봐도 마치 중2병이란 걸 그대로 그려낸 것 같지 않던가. 현실에서 크게 벗어난 이 장면은 그 이전이나 이후와 비교해봐도 유별날 정도로 튀었다. 마치 여기만 장르가 바뀐 것도 같아 웃음이 나기도 했다. 덕분에 많은 것들이 한번에 풀리기는 했다만, 뒤돌아 생각해보면 조금 무리하게 밀어붙인 것 아니었나 싶기도 하다.

내용 외적으로는, 소설의 각 장을 Track으로 표기하고 밴드 ‘퀸(Queen)’의 노래 제목을 붙였는데, 그게 마치 OST 목록 같기도 해서 재미있었다. 노래 제목은 나름 소설 내용과도 연관이 있고, 퀸은 여러 등장인물이 좋아하는 밴드이기도 해서 소설내에서도 많이 언급된다. 다만, 퀸과 일본 이야기를 넣은 것은 딱히 필요한 건 아니어서 (그 자체는 사실이긴 하지만) 쓸데없는 일뽕이 아니었나 싶다.

학교에서의 일들이 상당히 판타지에 가까운 것이었다면, 동성애자 개인으로서의 일이나 미우라와의 이야기는 꽤나 현실감이 있었다. 그래서 그들에 대한 이해를 넓히거나, 공감할 수 있는 점도 많았다.

동성애자의 이야기를 이성애자를 위한 판타지로 만들지 않은 것도 좋았다. 이게 둘 사이에는 결코 매울 수 없는 거리가 있다는 걸 새삼 확인하게도 했지만, 오히려 그랬기 때문에 더 적절하고 현실적인 마무리가 되지 않았나 싶다.

결말은 학교에서의 일을 그린것인 만큼 다시 판타지로 돌아가는데, 희망을 가득 느끼게 하는 것이어서 썩 나쁘지는 않았다. 그가 어디까지 할 수 있을지를 웃으며 응원하게 된다.

주제가 좋아서인지 만화와 드라마로도 만들어졌는데 원작을 그대로 담은 것일지, 아니면 아쉬웠던 것들을 나름대로 보완했을지 궁금하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이것들도 접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