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쿠니 가오리(江國 香織)’의 ‘집 떠난 뒤 맑음(彼女たちの場合は)’은 무작정 미국 보기 여행을 떠난 두 소녀의 이야기를 그린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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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것 없는 것 같은 소재로 참 이야기를 잘 썼다.

아직 어린 소녀 둘이서 갑작스레 가출같은 여행을 떠났다는 시작과 달리 소설은 처음부터 끝까지 별달리 뚜렷한 쫄깃함 같은걸 보여주지는 않는다. 그렇기는커녕 전체적으로 담백해서 오히려 감정을 절제하는 것처럼도 보일 정도다. 대단히 좋아한다는 것을 접하거나, 마음에 드는 것을 봤다고 할 때조차 그렇다.

그래서 그런지 자칫 위험해 보일 수 있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이야기는 딱히 별 말썽없이 평화롭게만 흘러갈 것처럼 보인다.

실제로 두 소녀에게는 별 다른 위험이 닥치거나 어떤 모험을 하게되거나 하지는 않는다. 물론 여행이 마냥 순탄하게 흘러가기만 하는 것은 아니지만 심지어 그런 것들조차 이들의 여행 자체에 큰 문제를 일으킨다던가 그러지는 않는다.

이러한 특징은 이들의 여행을 조금 덜 현실적인 것처럼 느끼게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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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 반해 그들을 떠나보낸 어른들 쪽은 영 심상치가 않은데, 두 소녀의 그것과 비교가 되어 더욱 그래보인다. 소설의 대외적인 주인공은 두 소녀이지만, 드라마는 어른들에게서 나온다고 할 수 있다. 비현실성을 띄고있는 소녀들의 여행과 달리 이쪽은 상당한 현실성을 띄고있기도 하다.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어른들의 입장과 이야기에 더 공감이 가기도 했다. 이는 작가가 두 소녀의 이야기를 불친절하게 써서 그런 것이기도 하다. 애초에 왜 여행을 떠난 것인가 하는 것부터 어째서 그런 형태여야만 했는지 등 제대로 풀어놓지 않은 것들이 있어서 어른들과 달리 이들에게는 처음부터 공감할 수 있는 여지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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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은 어느정도 여행소설의 면모도 갖고 있는데, 이는 현재 시국과 맞물려 묘하게 대리만족을 선사하기도 한다. 미국의 다양한 곳들과 그곳에서의 경험은 새삼 여행을 떠나고 싶은 마음이 동하게도 한다.

담백하게 써내려 갔는데도 소설은 꽤 볼만한데, 그건 등장인물들을 나름 개성있게 설정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특히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두 소녀는 닮은 점이라고는 없을 것 같을 정도로 차이를 보이는데, 이게 두 사람의 여행이 비교적 평화롭게 흘러가는데도 불구하고 읽는 재미를 느낄 수 있게 해준다.

이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