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르마 폴리스’는 비뫼시라는 가상의 도시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소설이다.

표지

많은 작품들을 접하다 보면 언뜻 비슷한 것들을 느낄 때가 있다. 그것은 우연의 산물이기도 하지만, 때로는 오마주이거나 표절이기도 하다. 그런 것들을 보다보면 때때로 이런 생각을 하게 될 때도 있다: ‘대놓고 다른 작품들에서 조금씩 가져와 기우면 어떤 작품이 될까.’

이 소설은 그걸 ‘상호텍스트성’이라는 걸 이용해 어느정도 실현해냈다. 책 뒤에 붙은 많은 미주들은 모두 다른 작품이나 일화 등의 출처이다. 저자는 그것을 변형하여 소설에 적용하였는데, 모르고 보면 굳이 원작을 떠올리지 않아도 될만큼 소설에 잘 녹아있다. 이렇게 많은 참조를 자신만의 이야기에 녹여냈다는 것은 새삼 대단하다.

물론, 이야기 자체를 보는데는 굳이 참조들을 알아야 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대부분의 사람들이 참조의 반도 알고있지 않다는 것을 생각하며, 또 참조를 보고도 그것을 확인하거나 할 생각이 없을 것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시시때때로 나오며 참조가 있음을 알려주는 미주는 이야기의 흐름을 잠시 끊게 만드는 부작용이 있기도 하다. 참조들이 대부분 예전 것들이라 전체적으로 고전물을 보는 것 같아진다는 것도 단점이라 할 만하다.

그런점에서 시대상을 모호하게 설정한 건 꽤나 적절해 보였는데, 어떨때는 현재에서 그리 멀지않은 현대를 그린 것 같다가, 또 어떨땐 전형적인 중세같기도 하고, 언급하는 용어같은 것을 봤을 때는 18세기를 배경으로 한 것 처럼도 보인다. 또 비교적 역사에 가까운 이야기같다가도 어느 순간 한없이 가상의 판타지로 분위기를 전환하기도 한다. 이것들은 딱히 정해진 흐름 없이 혼란스럽게 섞여있는데, 그런 배경이 무슨 이야기든 할 수 있는 바닥을 만드는 한편 시대와 관련없는 이야기라고 느끼게도 한다.

자칫 난잡해질 수 있는 여러 이야기들을 하면서도 그것들을 하나씩 이으면서 전체가 하나의 이야기로 맞춰지도록 했는데, 그 과정을 꽤 흡입력있게 그린것도 감탄이 나온다. 덕분에 이야기는 물론 다음은 어떻게 전개될지도 흥미롭다.

이 리뷰는 이북카페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