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충선과 히데요시(가제)’는 임진왜란 당시 조선에 귀화하여 조총 개발과 보급을 한 것으로 알려진 사야가(沙也可), 김충선(金忠善)의 이야기를 상상해 그린 가상역사 소설이다.

김충선 초상

그는 항왜 장수로서 큰 공을 세웠다는 점 때문에 꽤 유명하기는 하지만, 사실 그가 어떤 사람이고 어떠한 행적을 보였는지는 별로 알려진 바가 없다. 일본 역사서는 물론 조선왕조실록에도 거의 언급이 없기 때문이다.1

그래서 그의 실체가 무엇인지는 당시에 갑자기 기록에서 사라진 사람이나 그의 이후 행적과 유사한 사람을 들며 그가 아닐까 추측해볼 뿐이다. 이게 단지 추측과 하나의 설로 그치는 것은, 그렇게 꼽은 인물들조차 김충선이라 하기엔 잘 설명되지 않는 점들이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항왜를 한 이유라던가, 적극적으로 조선을 돕고, 그 이후에도 계속 조선인으로서 산 점 같은 것 말이다.

그래서, 기록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것을 이야기로라도 풀어보자고 해서 나온 것이 이 소설이다.

소설은 임진왜란의 실제 사건을 바탕에 두고, 거기에 바닥부터 새롭게 쓴 가공의 인물 ‘히로(碩)’를 얹어 버무려냈다. 그의 출생부터 일본에서의 성장과정, 그리고 ‘도요토미 히데요시(豊臣 秀吉)’와의 관계 설정은 그가 어떻게 조총(철포) 기술을 가졌으며, 히데요시와 좋은 관계가 아니면서도 ‘가토 기요마사(加藤清正)’의 선봉장이 된 이유라던가, 일본을 배신하고 조선측에 서서 적극적으로 그들을 도운 이유, 그리고 이후 여생을 조선인으로서 살아간 이유 등을 잘 설명해준다.

소설로서 거기에 이르는 과정과 이야기도 잘 그렸으며, 정치와 전쟁에 휩쓸린 한 인간의 삶과 고뇌라던가 복수 같은 것도 나름 재미있었다. 용병단에 거둬들여져 살아간다는게 조금은 무협지의 그것을 연상케 하는 면도 있어 더 그랬던 것 같다.

물론, 아쉬운 점도 있었다. 먼저 역사물로서는 기록과 다른 점을 보인다는 게 그렇다. 예를 들어, 김충선이 남긴 것 중엔 일본에 남은 가족을 그리워 하는 듯한 시2도 있는데, 소설에서는 그런 거 없다.

소설로서도 병약했던 그가 (딱히 수련을 한 것도 아닌데) 갑자기 수퍼닌자처럼 일취월장한 모습을 보인다던가, 조선에서 그를 너무 쉽게 받아들이는 것도 좀 어색했고, 그 후 결말까지의 이야기도 좀 힘이 빠져보여 아쉬웠다. 뭐랄까. ‘이제 이야기가 끝났으니, 서둘러 정리해 봅시다.’같은 느낌이었달까. 일부 액션신의 경우 어떤 식으로 합이 오가는 건지 쉽게 들어오지 않기도 했다.

그래도 역사와 허구를 잘 섞어냈고 이야기도 재미있어 전체적으로는 만족스러웠다. 가상역사 소설로서의 수준도 나쁘지 않다. 그래서 당시의 역사를 안다면 비교해보며 더 재미를 느낄 수도 있을 듯한데, 설사 그렇지 않더라도 꽤 즐길만한 소설이다.

  1. 일본측에서 보면 배신자이기도 하므로 그의 존재 자체가 껄끄러웠을 것이다. 그래서 어쩌면 그 이후 일제강점기 등을 거치면서 세탁되어 사라진 것일지도 모르겠다. 

  2. 남풍유감(南風有感)이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