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카다 가쓰라(筏田 かつら)’의 ‘너를 사랑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君に恋をするなんて、ありえないはずだった)’는 서로 접점이 없는 것 같던 두 사람이 서로 조금씩 끌리면서도 엇갈리는 이야기를 그린 연애 소설이다.

표지

책을 다 보고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은 딱 이거였다:

뭐야, 이게!!!

그만큼 전혀 기대치 않았던 이야기였다는 얘기다.

물론 그렇다고 개연성이 없다거나 쓰레기 같았다거나 한 건 아니다. 곰곰히 생각해보면 충분히 그럴 여지도 많았고, 현실적이라는 측면에서는 꽤 공감할만한 점도 있었다. 비인기인의 갑작스런 고교 연애라는 조금 비현실적인 소재를 나름 현실적인 전개로 풀어낸 것은 잘했다고 생각한다.

이는 공감적인 측면도 마찬가지인데, 때론 식빵같은 등장인물이나 상황들이 나와 고구마라도 급하게 삼킨 듯 답답할 때도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주인공들의 감정선이나 주저하는 마음 같은 것도 공감이 가게 잘 표현한 편이다.

이 현실과 비현실, 공감과 비공감이 섞인 비율도 나쁘지 않다. 이게 가벼우면서도 무겁기도 하고, 밝으면서도 칙칙한 느낌을 동시에 준다.

그렇다고 다른 학생 연애물에 비해 특별하게 좋으냐 하면 그런 정도까지는 아니나, 작가의 문장력도 좋은 편이며 번역도 나쁘지 않아 최소한 평균 이상은 되기 때문에 전체적으로는 만족스럽게 볼 만하다.

그러나, ‘일단 문고 한권 분량’이라는 출판사의 얘기를 멋대로 받아들여 ‘그럼 전체 이야기의 앞부분만 책으로 내볼까’라고 해버린 것은 결코 칭찬해줄 수가 없다. 언제 뒷 이야기를 볼 수 있을지, 아니 볼 수나 있게 될지도 모르는 걸 독자에게 던져주는 건, 자는데 뒷통수를 갈기는 것이나 다를바 없기 때문이다.

그건 (미처 하지 않은 이야기가 여럿 있기 때문에) 이야기의 완성도도 크게 떨어뜨린다. 예를들면, 두사람의 관계에 변화를 가져오는 인물이 그렇게까지 적극적인데도 불구하고 그저 그런걸 유도하는 일종의 장치로만 소모되고 사라져버리는 점이 그렇다. 이게 이 소설을 뜬금없고 마뜩잖은 것으로 보이게 한다. 이 한권만 놓고 봤을때는 ‘한번 보라’고 가볍게 얘기해 보기도 좀 뭣하다는 얘기다.

다행인 것은 그래도 소설이 인기를 끌었는지 후속권 ‘너를 사랑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리고, 졸업’이 나왔다는 거다. 흔한 시리즈물의 제목처럼 1권, 2권을 붙이지는 않았지만 엄연히 이어지는 이야기이므로 단권인줄 알고 펼쳤다가 너무 충격 받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2권짜리라고 생각하면 참 적절한데서 잘도 끊었다는 생각도 든다. 그래서 어떻게 된다는 건지 궁금하지 않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두 사람의 마음과 오해를 또 어떻게 풀어냈을지 나름 기대도 된다.

그러니, 나는 일단 후속권을 읽어봐야 겠다. 얘기는 그 다음에 해도 족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