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아키 스가루(三秋 縋)’의 ‘너의 이야기(君の話)’는 가짜 기억인 의억(義憶)을 통해 이어지는 남녀를 그린 로맨스 소설이다.

표지

이 작가의 로맨스는 독특하다. 현실에서 벗어난 소재도 그렇고, 그것을 통해 연결되는 두 사람의 이야기도 조금은 병적이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누구나 공감할만한 감정이나 행동을 잘 그려내서 묘하게 마음 깊은 곳을 울리게 만들기도 한다.

소설은 가상의 사실을 짓고, 그를 통해 벌어지는 일들을 다루기에 기본적으로는 현실성과 꽤 거리가 있는 이야기를 담고있다. 하지만, 막상 보면 의외로 현실감이 높은데, 그건 내가 그 상황이라면 어떻게 하겠다 싶은 것을 주인공들이 정말로 그렇게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후 전개도 쉽게 상상이 가는 편이다. 거기에 처음부터 끝까지 딱히 특별하달만한 큰 굴곡도 없다. 심지어 이야기 전개가 느리기까지 하니 마치 잔잔히 흘러가는 물 같기도 하다.

그렇다고 뻔하고 지루한 이야기라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런 개성이 이 가상의 이야기에 더 현실감을 부가하며, 그래서 소설이 던지는 생각 거리들도 한번 쯤 진지하게 고민해보게 한다. 주인공들에게도 의외로 감정이입이 잘 되서 책을 덮을 즈음엔 못내 안타까워 씁쓸한 웃음을 짓게 만든다.

기억이란 참 오묘하다. 진실과 허구를 너무도 쉽게 오가기 때문이다. 정확하지도 않을 뿐더러 최소한의 사실마저도 제대로 담고있지 않는 기억은, 그것의 원본성과 가치에 대해 의문을 품게 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이왕 만족스럽고 행복한 기억을 추구하는 것도 좋지 않을까. 어쩌면 그게 기억조작에 인간이 흥미를 갖고 이끌리는 이유일지도 모른다. 그러니 이렇게 꾸준히 관련 작품이 나오는 것 아니겠는가.

비록 작품 자체가 주는 인상은 그리 강하지 않으나, 이 소설도 그걸 나름 잘 풀어냈다. 소외된 사람들의 로맨스로 그려낸 것도 나쁘지 않았고, 앞에서 벌어졌던 상황이 반복되는 점이나 사소한 이야기가 복선처럼 작용하는 것도 꽤 괜찮았다.

마무리는 조금 의아함과 아쉬움을 남기기도 한다. 그러나 거기까지 이르는 과정이 나쁘지 않아서 전체적으로는 꽤 괜찮은 이야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