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디 라일리(Andy Riley)’의 ‘빤쓰왕과 사악한 황제(King Flashypants and the Evil Emperor)’는 어린이 왕 에드윈의 이야기를 담은 첫번째 책이다.

표지

무려 12개국에서 출판했으며 영미권 학교에서 리더십 수업 교과서로도 쓴다는 이 책은, 그런 내역과는 달리 굉장히 유쾌하고 재미있는 어린이용 동화다. 그래서 주인공인 에드윈도 어린이 왕으로 설정했는데, 보면 마치 어린이들의 모습과 생각을 그대로 담고 있는 것 같아 아이들이 감정이입하며 보기 좋을 것 같다.

작가인 앤디 라일리는 글 뿐 아니라 그림도 그렸는데, 책과 잘 어울리는 이 일러스트들은 시각적인 즐거움을 주기도 하지만 본문과도 긴밀히 연결되어있어 일러스트가 문장의 하나처럼 보이기도 하고 문장이 만화의 한 장면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렇게 소설이면서도 또한 만화같기도 한 점은 꽤 신선하기도 하며, 안그래도 재미있게 풀어낸 이야기를 더 재미있게 읽히게도 해준다.

이야기 자체는 어린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만큼 단순하고 빤해 보이는 면이 있다. 하지만, 잘 살펴보면 그 안에는 뼈 속 깊이 파고들만한 비유와 해학이 담겨있다. ‘용돈’을 받고 그걸 생각없이 쓰다가 바닥나는 것 하며, 국민들이 결정을 내리기 앞서 토론을 하는 것이나, 뭔가 아닌것 같다고 느끼면서도 휩쓸려 그릇된 판단과 행동을 하는것도 그렇다.

책 속의 두 나라 너비스니아와 에드윈 왕국은 다분히 독재국과 민주을 보여주기에 이를 통해 우리가 사는 사회와 시민의 모습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수 있다.

특히 좋은 나라처럼 보였던 에드윈 왕국이 다수결에 휩쓸려 소수의, 그러나 오히려 올바랐던, 의견을 묵살하는것도 다수결만을 존중하는 현대의 승자독식 민주주의를 풍자하는 것 같아 의미 있어 보였다.

얼핏 단순하고 재미있는 동화처럼만 보이지만 숨겨진 생각할 거리들도 많이 담고있어, 재미로 보기에도 좋을 뿐 아니라, 꼽씹어 보기에도 좋다. 왜 이걸 수업 교과서로도 쓴다는지 알것 같다.

다만, 왜 ‘빤쓰왕’인지는 끝까지 잘 모르겠더라. 어감 때문에 에드윈이 그걸 마음에 들어하는것도 잘 와닿지 않는다. 더 나은 번역은 없었을까 싶어 좀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