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왕의 잔’은 ‘이도다완’을 소재로 한 가상역사 소설이다.

표지

이 책은 전혀 역사를 재현하거나 하는데 중점을 둔 것이 아니다. ‘이도다완’을 ‘막사발’로 얘기하는 것부터가 그렇다. 보통은 당시에 유행했던, 말하자면 최신 트렌드의 사기였다는 것이 보통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저자의 생각이 전혀 엉뚱한 것은 아니다. 대체 왜 이렇게 투박해 보이는 것이 그렇게까지 인기를 끌었던거지? 라는 것은, 유행에 휩쓸리지 않는 사람들이라면 흔히 할만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가벼운 의문에서 시작해, 당시 한중일 삼국의 도자기 상황이라든가, 한국의 사기장의 위상, 일본의 시대 파악, 그리고 소위 ‘도자기 전쟁’이 일어난 배경까지 상상력을 재미있게 뻗쳐 꽤나 흥미로운 이야기를 짜냈다고 할만하다.

그런점에서 고증에 신경쓰기보다는, 애초에 온전한 픽션으로 이야기의 큰 틀을 잡고 온전히 새로 만들어낸 인물을 통해 계속해서 볼만한 이야기를 만들어낸 것도 좋은 선택이다. 덕분에 실제 이야기에서는 자칫 부족했을 수도 있는 등장인물간의 긴밀한 관계라든가, 그로부터 만들어지는 미묘한 관계와 드라마가 있기 때문이다.

문장도 꽤 준수하다. 시대 배경을 느끼게 하면서도, 너무 사극톤은 아니라 읽기 편해서 적당히 역사스런 이야기로 즐길만하다.

굉장히 많은 사기장들이 단지 한국에서 뿐 아니라 명나라에서도 활약하고, 그렇기에 일본에서 탐하던 인재였다는 다소 국뽕스러운 면도 (온전한 픽션이라는 걸 알고 보기 때문에) 한국인으로서는 꽤나 유쾌하게 볼만한 요소다.

어쩌면 자칫 사소하게 지나칠 수 있었을만한 의문을, 흥미로운 이야깃거리로 발전시켜 나름의 이야기로 완성한 솜씨는 꽤나 칭찬할 만하다.

저자는 후기에서, 이 소설이 아이디어 선점을 위한 일종의 초안같은 것이며 제대로 된 얘기는 드라마를 통해 선보일 것이라고 거의 대놓고 이야기를 했는데, 그래 어디 그 최종 목표이자 완성형이라는 드라마는 어떻게 만들어질지 함 보자 싶다.

언제 나와?

이 리뷰는 북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