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지 메구(郡司 芽久)’의 ‘나는 기린 해부학자입니다(キリン解剖記)’는 기린을 좋아하는 한 소녀가 기린 연구자로 성장하는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표지

이 책은 기린 연구자로서 진로를 정하고 기린 목의 주요 특징 중 하나를 정리하는 과정을 시간 순으로 그려낸 일종의 회고담이다.

당연히 기린의 목에 대한 연구 경과와 그 결과도 함께 들어있다. 그래서 이 책은 시점에 따라서는 일종의 연구 결과서라고도 할 수 있다. 다만, 학술적으로 적은 것이 아니라 대중들이 쉽게 읽고 이해할 수 있도록 썼다는 게 논문과 다를 뿐이다.

어떻게 연구자가 되었고, 연구자가 되어 한 활동은 무엇인지를 적었으므로 이 책은 또한 일종의 자서전이라고 볼 수 있는데, 이런점이 자칫 어렵고 딱딱할 수 있는 해부학, 그것도 대부분은 별 관심이 없을 기린 해부학을 꽤 흥미롭게 접하게 해준다.

해부학자의 삶은 어떻고, 해부에 사용되는 동물은 어디에서 오며 그 일이 실제로는 어떤 과정과 방식으로 이뤄지는지 등과같은 일반인들이 쉽게 경험하거나 알기 어려운 것들을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저자가 책 속에 그린 삶은 대부분이 기린 해부에 몰두되어있는데, 그것을 적당히 축약해서 지루하지 않게 정리도 잘했다. 이건 기린 목 연구와 그 결과도 마찬가지여서 해부학에 대해 잘 모르는데도 불구하고 읽는데 큰 어려움이 없었다. 상세까지는 모르더라도 대략 어떤 느낌인지를 잘 담았기 때문이다.

쉽게 읽히기 때문에 한편으로는 그걸 왜 이제껏 아무도 발견하지 못했느냐는 사소한 의문이 들기도 한다. 저자가 연구를 완성하고 논문을 발표한게 겨우 몇년 전이기 때문이다. 왜 그렇게까지 오래 걸렸는지에 대해서도 그 바닥을 잘 모르는 일반인으로서는 좀 의아하다. 이런 점은 확실히 많은 부분을 생략하고 축약해서 생긴 반동이 아닌가 싶다. 얼마나 힘든 조건 속에서 연구를 하는지나 그렇게 쌓은 연구가 얼마나 가치가 있는 것인지는 쉽게 와닿지 않는다.

대신, 그런 것들을 쳐낸만큼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기린의 독특한 구조도 흥미롭다. 이런 새로운 관심이 저자가 이 책을통해 바랬던 것임을 생각하면, 꽤 잘 만든 책이라 할만하다.

이 리뷰는 리뷰어스 클럽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