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스방 이야기’는 제목 그대로 키스방에서의 일을 담은 에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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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라고 해도 되겠다. 그만큼 실제로 그 일을 해본 사람이 아니면 할 수 없는 얘기들을 나름 잘 담았다.

그렇다고, 엄청 특이하거나 상상도 못했던 이야기가 나오는 것은 아니다. 그건 아직 한국 사회가 성 문화에 대해서 보수적이라서 그런 것이기도 하고, 저자가 건전한 키스방을 다녔기 때문이기도 하다.

건전한 키스방이라는 것은 비교적 원칙에 충실한 곳이라는 얘기다. 키스방이란 약간의 터치1를 허용하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키스만을 서비스하는 곳으로, 성매매가 이뤄지는 불법 업소와는 다르다. 애초에 성매매 특별법을 피하기 위해 만들어진 업소였던 만큼 성행위는 물론 유사성행위도 하지 않는다는 말이다.2

하지만, 겉으로만 ‘키스방’이라고 내걸었을 뿐 실제로는 유사성행위, 더 나아가 성행위까지 하는 곳도 꽤 있는가본데, 저자가 일했던 곳은 단지 ‘매니저’에 따라 달랐을 뿐 업소에서 그런 걸 권장하거나 강요하지는 않았던 모양이다.

그렇다보니 유흥업소 이야기라고 해서 딱히 특별한 것은 없다. 일단 일해보게 만들려는 속셈으로 자세히 얘기해주지는 않기 때문에 조금은 속는 느낌으로 시작하게 된다던가, 돈 때문에 오게 되서는 쉽게 벗어나지 못하는 얘기 같은 것들이 그저 잠시 영화에서 보았던 어두운 면들을 떠올리게 할 뿐 납치 감금과는 거리가 멀어 그렇게 심각해 보이거나 하지는 않았다.

직업이나 업소 자체에서 특별한 게 없다보니 자연히 책의 대부분은 여러 매니저와 손님들이 보여주는 모습들로 채워져 있다. 그것은 어떻게 보면 힘겨운 인생살이 같기도 하고, 또 반대로 젊음의 무책임한 가벼움을 그린 것도 같다. 어떨땐 마치 혐오극처럼 보이기도 하는데, 세상은 넓고 변태와 또라이는 다양하다는 것을 다시금 실감하게 된다. 실소나 어이없음을 머금은 웃음을 자아내게 하는 이야기들이 마치 한편의 블랙코미디 같다.

현대인들의 심리적 갈증도 꽤 잘 보여준다. 막말로 오죽하면 저런 곳까지 찾아갔겠는가. 긍정적인 관계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허한 마음을 달래려는 듯 찾아온 사람들의 이야기는 현대 사회가 얼마나 감정적으로 메말라 있는지를 새삼 느끼게 한다.

기본적으로 키스방의 일화를 그린 이 책은, 시선을 약간 바꾸면 유흥업이라는 유혹에 대항하는 저자의 싸움을 그린 것처럼도 보인다. 애초에 돈 때문에 이런 일을 하게된 것이니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하다보면 어느새 키스방을 선택한 이유(수위가 낮다)는 잊고 성매매 종사자가 되기 쉽기 때문이다. 왜 소위 ‘기왕 배린 몸’이란 말도 있지 않던가.

실제로 같이 일하던 사람 중에 유혹에 진 일화도 풀어놓는데, 그런 게 키스방이 왜 ‘들어가는 문’으로 일컬어지는지를 알게 해 좀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1. 당연히 성기는 ‘약간’의 범위 밖에 있다. 성기 터치는 유사성행위이며, 유사성행위도 성매매에 포함된다. 

  2. 법의 구멍을 후빈 셈인데, 그 덕에 초반엔 미성년자도 출입이 가능했다고 한다. 지금은 당연히 안된다.